내가 그리운 건 전남편이 아니라 평범한 식탁입니다.

by 핑크레몬








또 꿈을 꾸웠습니다.

전남편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이들과 다같이 저녁을 함께 먹는 꿈.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뜬끔없이 이런 꿈을 꾸곤 합니다.

이런 꿈에서 깨어나면 나는 여전히 슬픕니다.

처음 이런 꿈을 꾸었을 때는 내가 아직도 전남편을 그리워하나 싶었습니다.


이혼을 할때 더이상 여자로 살 수 없어서 슬픈게 아니라 이 평범한 가정이 깨지는 것이 가슴시리게 아팠습니다.

더이상 아이들에게 이런 평범한 식사를 줄 수 없는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때 내가 참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몇십번 몇백번을 곱씹어도 이게 맞다고 생각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 순간에도 또 용서하길 반복했었는데

미래의 내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 다짐을 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또 이런 꿈을 꾸는 걸까요?


더이상 남편의 외도로 가슴아파하지 않아서 분명 좋은데…..

더이상 남편의 거짓말에 속지 않아도 되서 좋은데…

더이상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지 않아도 되서 좋은데….

더이상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지 않아도 되서 좋은데….

더이상 남편의 밥을 차리지 않아도 되서 좋은데….

찾아보면 좋은 점이 이렇게도 많은데

그런데 왜 난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이미 10년이 넘었는데....


후회아닌 후회를 또 하고야 맙니다.


더이상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더 그리운 걸까요?

삼겹살만 구워먹어도

그저 김치찌게를 같이 도란도란 먹어도

아니 흰밥에 김만 싸먹어도 좋은 그런 평범한 식탁이 너무 그립습니다.


그때 참았더라면 나는 지금 그런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그 평범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고 남편의 외도에 화를 내고 밥도 같이 안 먹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자꾸 짜증을 냈을 수도 있을 겁니다.

밥차리기도 싫어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차라리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합니다.


애써 이렇게 생각을 하려 해도 나는 또 그런 꿈을 꿉니다.

이제 이런 꿈 그만 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더이상 내 꿈에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내려놓기 힘들었던 가정.


내가 그리운 건 전남편이 아니라 평범한 식탁입니다.

내가 그리운 건 전남편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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