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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01. 2024

막힌 콧구멍은 죄가 없다

연중 제22주일 / 마르코복음 7,1-8.14-15.21-23

얼마 전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수업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남자아이의 손가락이 콧구멍 속을 바삐 드나듭니다. 고학년이라 대놓고 콧구멍을 후비는 일은 흔치 않지요. 더욱이 뒷모습만으로는 초등학생인지 아가씨인지 모르게 크고 늘씬한 여자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앉은 소규모 수업시간에요.


아니나 다를까, 남자아이 앞에 마주 앉은 여자아이 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남자아이를 바라봅니다. 눈치가 없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콧구멍 후비기를 멈추지 않네요. 잠시 설명을 멈추고 남자아이에게 말했어요.

"**아, 혹시 감기 걸렸니? 코가 답답하면 화장실에 가서 한번 세게 풀고 올래?"

그러자 남자아이는 "네, 제가 비염이 있어서요."라며 일어납니다.

여자아이들이 입밖에 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콧구멍을 후비던 모습을 보고 있었나 봅니다. 내가 코를 풀고 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남자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니 남자아이를 향해 큰 소리로 한 마디씩 합니다.

"야, 너 손 깨끗이 씻고 와!"

"썼던 휴지는 거기 두지 말고 변기에 넣고 버려!"


오늘 복음의 키워드는 '더러운 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너무 배가 고팠는지, 아니면 손 씻을 물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그 광경은 율법 좀 지킨다고 자부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눈에 띄고 맙니다. 눈엣가시 같은 예수님을 걸고넘어질 건수를 잡은 듯합니다. 그들은 아마도 예수님이 율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하신다든가, 당신의 제자들이 율법을 몰라서 지키지 못했다든가 하는 답을 듣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요. 오늘 복음은 중간에 생략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진짜 더러운 것은 손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는 말씀입니다.


율법과 전통 사수에 관한 예수님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말씀이지만, 오늘 저는 '더러움'에 대해서만 묵상하려고 해요. 수님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8,15)고 하십니다.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병에 걸릴 수는 있겠지만 몸이 더럽혀지는 것은 아닌 거예요. 나를 더럽히는 것은 내가 먹는 음식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생각들과 그 생각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행동들(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를 더럽힌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을 더럽'(8,23)힙니다. 나 하나 질병에 걸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나를 비롯한 둘레 사람들까지 더럽힌다는 것이지요.


이번 주간 복음을 묵상하면서 지난주 수업 중에 있었던 일화가 떠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 큰 아이가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수업하는 중에 콧구멍을 후비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콧구멍을 후비지 말라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면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입니다. 코를 후비는 것이 다소 비위생적으로 보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먼저 생각해 볼 필요도 있지요. 막힌 콧구멍은 죄가 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콧구멍을 후볐다면 손가락은 씻으면 다시 깨끗해지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죄를 짓지 않는지를 스스로 경계하는 태도입니다. 더러운 손은 씻으면 되지만, 남을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마음은 잘 씻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콧구멍을 후볐다는 것 하나로 흉을 본다거나, 험담을 하거나, 그 후로도 경멸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아이들 간의 관계는 굉장히 불편하고 힘들어질 겁니다.


코로나가 재유행할 조짐이 보이는 요즘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 기침예절을 지키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도착했어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내 손을 통해 이리저리 퍼지지 않도록 개인위생 수칙을 더 철저히 지켜야겠지요. 이번 주간에는 손을 더 자주 씻어야겠어요. 손이 더럽다고 생각될 때마다 내 마음이 더럽지 않은지도 함께 성찰하면서요.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군중을 가까이 불러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Von wahrer Reinheit und Unreinheit
Es versammelten sich bei ihm die Pharisäer und einige der Schriftgelehrten, die aus Jerusalem gekommen waren. Und sie sahen einige seiner Jünger mit unreinen, das heißt: mit ungesaschenen Händen Brot essen. Denn die Pharisäer und alle Juden essen erst, wenn sie sich die Hände, zur Faust geschlossen, bespült haben, und halten so die Satzungen der Ältesten; und wenn sie vom Markt kommen, essen sie erst, wenn sie gebadet haben. Und es gibt noch viele andere Dinge, die sie zu halten überkommen habe, wie: Trinkgefäße und Krüge und Kessel einzutauchen. Da fragten ihm die Pharisäer und Schriftgelehrten: Warum handeln deine Jünger nicht nach den Satzungen der Ältesten, sondern essen ihr Brot mit unreinen Händen? Er aber antwortete ihnen: Sehr treffend hat von euch Heuchlern Jesaja geweissagt, wie geschrieben steht: Dies Volk ehrt mich mit den Lippen; aber ihr Herz ist fern von mir. Vergeblich dienen sie mir, weil sie solche Lehren überliefern, die nichts sind als Menschengebote. Ihr verlaßt Gottes Gebot und haltet die Satzungen von Menschen.
Und er rier die Menge wieder zu sich und sagte zu ihnen: Hört mir alle zu und begreift´s! Es gibt nichts, was von außen in den Menschen hineinkommt, das ihn unrein machen könnte: sondern was aus dem Menschen herauskommt, das ist´s, was den Menschen unrein macht: denn von ihnen, aus dem Herzen der Menschen, kommen die bösen Gedanken: Unzucht, Diebstahl, Mord, Ehebruch, Habgier, Schlechtigkeit, Arglist, Ausschweifung, Mißgunst, Gotteslästerung, Hochmut, Unvernunft. All diese bösen Dinge kommen von innen heraus und machen den Menschen unr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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