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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14. 2024

황당한 선택의 기준

연중 제24주일 / 마르코복음 8,27-35

살다 보면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중대하지 않다 하더라도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지요. 저 역시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하면서 살고 있는데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잘 판단이 서지 않을 때면 젊은 시절, 어느 선배 언니가 해준 조언을 떠올리곤 합니다.


언니는 제게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여럿 중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는 길을 택할 것. 둘째는, 가장 돈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길을 택할 것. 두 가지만 기억하면 그리 틀린 선택을 하지는 않게 될 거라고요. 반쯤은 농을 섞어서 한 말이라, 언니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도 못할 거예요.


저는 그 후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면 언니의 조언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수십 년 동안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생각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러나 실제로 언니의 조언대로 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힘든 길은 피하고 싶고, 될 수 있는 한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어느 길이 더 어렵고 힘든가를 찾기보다는 어느 길이 평탄하고 쉬운가를 찾았습니다. 돈이 안 되는 일보다 돈이 되는 일에 더 구미가 당겼고요.


그런데 어쩌면 황당하기까지 한 이 선택의 기준을 떠올리면 으레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하는 거지? 내 삶에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처럼, 제게 주어진 인생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오늘 복음에 언급되는 예수님의 이 질문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이나 제자들의 인식이 궁금해서 던지신 질문 같진 않습니다. 그저 호기심의 발로라고 하기에는 그 후에 이어지는 내용이 너무 엄중하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대답을 들으신 뒤, 당신이 앞으로 당할 수난과 죽음, 부활에 대해 처음으로 명백히 밝히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운명이 결국은 십자가 죽음까지 가야 끝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세상을 구원하는 '그리스도'라는 생을 살아가기에 가장 험한 길, 최악의 길이었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하여 제자들이 아무리 뜯어말린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길, 스스로 선택해야 할 가장 힘든 길입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사탄'을 들먹이며 과하다 싶게 혼내신 것은 베드로가 미워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선택해야 하는 당신의 결단에 대한 확신과 다짐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예수님이 '사람의 아들'로 살아온 그간의 삶에서 '그리스도'라는 임무를 이루기 위해 가야 할 지난한 과정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져서였는지도요. 하느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것은 사탄이나 하는 짓이라고 일갈하신 것은 베드로를 향한 일침이라기보다는 당신이 그리스도로서 가야 할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자기 선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는 말씀은 자기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피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서의 다른 곳에 나오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과도 일맥상통하고, 선배 언니의 조언인 개중에 가장 험한 길, 돈이 나오지도 밥이 나오지도 않는 무용한 길과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이런 선택의 기준이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는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예수님이 그 길을 먼저 가시고 부활하심으로써 그 길이 옳음을 증명해 보이셨으니 어쩌겠어요, 따를 수밖에요.


혹여 누군가 선택의 기로에 서서 제게 삶의 조언을 구해 온다면, 저도 선배 언니처럼 말해 주고 싶습니다. '아이고, 돈도 안 되는 일이 엄청 힘드네.'라고 느껴진다면, 그쪽을 선택하라고요. 그게 자기 십자가를 지는 길이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요. 예수님 말씀마따나 복음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길이고, 예수님처럼 목숨을 다시 얻게 될 길이라고요.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다]
예수님께서는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고 꾸짖으셨다.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Das Bekenntnis des Petrus]
Jesus ging mit seinen Jüngern fort in die Dörfer, die zu Cäsarea Philippi gehörten. Und auf dem Wege fragte er seine Jünger: Für wen halten mich die Leute? Sie antworteten: Sie sagen, du seist Johannes der Täufer; einige sagen, du seist Elia; andere, du seist einer der Propheten. Und er fragte sie: Ihr aber, für wen haltet ihr mich? Da antwortete ihm Petrus: Du bist der Chirstus! Und er gebot ihnen streng, daß sie niemand etwas davon sagen sollten.
[Die erste Ankündigung von Jesu Leiden und Auferstehung]
Und er fing an, sie zu lehren: Der Menschensohn muß viel leiden und von Ältesten und Hohenpriestern und Schriftgelehrten verworfen werden und gotötet werden und nach drei Tagen auferstehen. Und er redete das Wort ganz unverhüllt. Doch Petrus nahm ihn beiseite und fuhr ihn an. Er aber wandte sich um, blickte auf seine Jünger und herrschte Petrus an: Weg mit dir, Satan! denn den meinst nicht, was göttlich, sondern was menschlich ist.
[Von der Nachfolge]
Und er rief das Volk und seine Jünger zu sich und sprach zu ihnen: Wer mir nachfolgen will, der verleugne sich selbst und nehme seine Kreuz auf sich und folge mir nach. Denn wer sein Leben erhalten will, der wird´s verlieren; doch wer wein Leben um meinetwillen und um des Evangeliums willen verliert, der wird´s erhal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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