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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29. 2024

그들만 알고 싶었던 '구마' 맛집?

연중 제26주일 / 마르코복음 9,38-43.45.47-48

지금처럼 캠핑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이십 년 전, 캠핑의 선구자처럼 우리 가족은 해마다 여름이면 텐트 하나 싣고 방방곡곡 캠핑을 다녔습니다. 캠핑족이 별로 없던 때라 국립공원 안에 있던 캠핑장도, 전국 곳곳의 경치 좋은 계곡도 한갓지게 머물 수 있었습니다. 캠핑을 다닌다지만 제대로 된 버너 하나, 코펠 하나가 없었던 우리는 근처에 있는 커다란 돌을 끌어와 식탁으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장비빨'이 없어도 자연이 주는 쉼을 누리기엔 충분했지요.


우리가 자주 머무르던 캠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시장이 있었습니다. 시장 안에는 아주 허름한 만둣집이 있었고요. 탁자가 세 개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아이들이 만두를 좋아해서 그쪽으로 캠핑 갈 때마다 꼭 들렀지요. 맛도 좋고 값도 싼데다 지역 노인들에게는 깎아주기까지 하던 착한 식당이어, 우리는 이듬해에도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엔가, 여느 해처럼 캠핑장에 올라가며 만둣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계절이 한 번 도는 사이에 그 식당은 SNS에서 핫한 맛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문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고,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만둣집이 잘 되기를 바란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잘 된 나머지 한참 동안 줄 서서 기다려야 하거나, 준비된 물량이 떨어져 먹지 못하는 일까지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에도 가끔 숨은 맛집을 발견하면 '아, 이 집에는 사람이 몰리지 않으면 좋겠다, 나만 알면 좋겠다.'라는 옹졸한 마음이 올라오곤 합니다.


단지 식당뿐 아닙니다. 제가 교사로 일했던 공동육아에는 '나들이'라는 좋은 교육과정이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이들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 사계절과 자연을 직접 느끼게 하는 교육과정입니다. 제가 교사생활을 했던 어린이집은 개발을 막 마친 신도시 안에 있었는데, 개원 당시만 해도 이렇게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신나게 놀게 하는 어린이집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해 두 해가 지나면서 아파트 1층에 있던 어린이집도, 병설 유치원도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들은 손잡이가 달린 을 아이들에게 잡게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줄도 잘 세우지 않는 우리 아이들과는 차이가 났습니다만, 어쨌든 점차 '나들이'를 공동육아만의 고유한 교육과정으로 내세울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선구적 역할을 했던 것은 맞습니다만, 고유하다고 말할 수는 없게 된 거죠.


'그래도 우리는 그들과 달라.'

더 많은 아이들이 나들이라는 교육과정의 혜택을 입게 되었음을 기뻐하기보다는, 우리 교육과정을 비슷하게 따라한다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고, 우리는 그들과 다른 독보적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들과 우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우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근거 없는 교만함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제자들은 어떤 무리가 자신들과 함께 다니는 그룹도 아니면서 자기 스승님(예수님)의 이름을 빌려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우리 팀도 아니면서 왜 우리가 하는 일을 따라하느냐는 거죠.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다니면서 예수님이 마귀를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을 자신들만 아는 '구마 맛집'으로 여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예수님은 '여기가 진짜 원조'라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구세주는 당신밖에 없음을 아셨던 것 같고요.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냥 두라고 하십니다. 충청도 식으로 말씀하셨다면 이랬을까요? "냅둬유. 내 이름으로 좋은 일 하고 나서 나를 욕하고 다니겄슈? 우리랑 같이 안 다닌다는 게 뭔 대수로운 일이겄슈? 그보다도 애쓴다고 하며 찬물 한 잔이라도 주면 그게 다 복 짓는 일 아니겄슈?"


그들이 누구와 함께 다니느냐, 우리를 공적으로 지지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으로도 들립니다. 그들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그 행동을 보면서 그가 경계해야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들리고요. 같은 뜻을 지니고 있지만, 개인의 사정상 공동체에 합류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척해야 할 반대자로 몰지 말라는 말씀 같기도 합니다. 나아가, 지금 '누가' 우리 편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돌아보라는 말씀으로도 들리고요.


죄짓는 손을 잘라 버리고, 죄짓는 발을 잘라 버리고, 죄짓는 눈을 빼 던져 버리라는, 이어지는 복음 말씀은 섬뜩하게까지 들립니다.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낫다는 말씀은 마치 자살을 조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하죠. 왜냐하면 '작은 이들'이라고 표현된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업신여기거나 무시했던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한 일이 절대로 없다고 장담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모두 한강 다리 위로 가야 할까요?


그럴 리가요.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절름발이나 불구자, 외눈박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나 자신이 죄를 짓지 않으려고, 또 남을 죄짓게 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가 중요하다, '하느님 나라'는 그렇게 민감하게 노력을 기울여서 쟁취하고 누려야 할 최종 목표다, 하는 것이 예수님이 말씀하고 싶으셨던 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만 꽁꽁 숨겨 놓았던 맛집 리스트를 풀어 이 집 맛있으니 누구든지 가시오, 하고 마음이 넓어질 때 하느님 나라를 향한 첫걸음은 시작되는 것 같고요.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지지하는 사람이다]
요한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저희는 그가 그런 일을 못하게 막아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죄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쳐라]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Johannes sagte zu ihm: Meister, wir sahen einen, der trieb böse Geister in deinen Namen aus, und wir verboten`s ihm, weil er uns nicht verbieten. Denn niemand, der ein Wunder in meinem Namen tut, kann so bald schlecht von mir reden. Denn wer nicht gegen uns ist, der ist für uns.
Denn wer euch darum einem Becher Wasser zu trinken gibt, weil ihr Christus angehört, wahrlich, ich sage euch: Es wird ihm nicht unvergolten bleiben.
[Wahrung vor Verführung zum Bösen]
Und wer einen dieser Kleinen, die an mich glauben, darin irre macht, für den wäre es besser, daß ihm ein Mühlstein an den Hals gehängt und er ins Meer geworfen würde. Wenn aber deine Hand dich zum Bösen reizt, so haue sie ab! Es ist besser für dich, daß du verstümmelt zum Leben eingehst, als daß du zwei Hände hast und in die Hölle fährst, in das Feuer, das nie verlöscht. Wenn dein Fuß dich zum Bösen reizt, so haue sie ab! Es ist besser für dich, daß du lahm zum Leben eingehst, als daß du zwei Füße hast und in die Hölle geworfen wirst. Wenn dein Auge dich zum Bösen reizt, so reiß es heraus! Es ist besser für dich, daß du einäugig in das Reich Gottes gehst, als daß du zwei Augen hast und in die Hölle geworfen wirst, wo ihr Wurm nicht stirbt und das Feuer nicht verlös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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