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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Oct 13. 2024

가장 아까운, 바로 그것을

연중 제28주일 / 마르코복음 10,17-30(17-27)

지난주엔 방과 후 아이들의 '아나바다 장터'가 열렸습니다. 방과 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 중 하나인 장터는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만들었거나 자신에게 더는 필요치 않은 물건들을 팔아서 스스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입니다. 아이들은 이 날을 위해 틈틈이 매듭 팔찌를 묶고, 손 바느질을 해서 인형을 만들었어요. 작아진 옷, 신발, 안 읽는 그림책, 장난감 등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챙겨 와 장터를 연 거지요. 어린이집 동생들이 엄마 손 잡고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시장을 연 것도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을 노린 전략이었어요.


제가 일했던 어린이집에서도 한 해에 한 번씩 일곱 살 졸업반 주최로 벼룩시장을 열었어요. 원내에서 동생들만을 대상으로 열었던 장터였습니다. 돈 대신 사용할 도토리를 오리고, 물건을 모아 정리하고, 가게 이름을 정하고, 물건값을 매기고, 간판을 만들어 달고, 호객을 해서 사고팔고. 긴 준비 끝에 시끌벅적 장이 열리는 이 날은 장날이 아닌 잔치 같았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통해 현금화한 돈으로 졸업여행 때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샀습니다. 일부는 뚝 떼어 복지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했지요. 졸업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장터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교육활동이었습니다.


'나는 동생들과는 '급'이 다른 초등학생이 될 거야. 그러니 이런 유치한 장난감은 어린 너희들이나 갖고 놀렴.'

뽀로로 인형과 로보카폴리 미니카, 베이블레이드 팽이를 팔겠다고 챙겨 온 아이들의 속마음은 이런 거였을까요? 한 장 한 장 모아 온 포켓몬 카드, 자기가 직접 접은 딱지, 여행지에서 엄마를 졸라 샀을 법한 비눗방울, 작아진 공주 옷에 어울릴 머리띠와 핀 등 값으로만 치자면 싼 것들이지만 아이들의 손때가 잔뜩 묻은 애정어린 물건들입니다.


장터가 열리기 전날에는 모아놓은 놀잇감을 모두 꺼내놓고 친구들과 실컷 놀게 합니다. 정리할 때는 가져온 물건들을 가게별로 분류하는데, 이제는 헤어질 시간이니 놀잇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하지요. 그런데 이때 가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집에서 챙겨 올 때는 잘 갖고 놀지 않던 장난감이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놀다 보니까 '이게 이렇게 재미있었나?' 하는 마음이 드나 봐요. 바퀴가 흔들거려도 정이 들었던 자동차, 자기가 원하던 모양의 카드는 마치 로또복권처럼 다시 뽑지 못할 것 같은지 손에서 내려놓지 못합니다. 급기야 안 팔겠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어요. 그러면 그 물건은 집으로 도로 가져가게 합니다. 부모님 선물을 조금 더 싼 걸로 살지언정,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내놓으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오늘 복음을 읽어 봅니다.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으러 온 부자 청년은 아직 그의 재산과 헤어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합니다. 계명은 자기가 가진 재산을 포기하지 않아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계명을 열심히 지켜온 것만으로도 예수님 눈에는 "사랑스럽게"(10,21)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따르고 하느님 나라를 얻으려면,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10,21)라는 것인데, 이는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부자 청년은 자신이 갖고 있던 재산을 가장 아꼈나 봅니다. 그것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어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예수님은 청년을 붙잡지 않으시죠.


예수님을 가까이 따르던 제자들에게는 마지막으로 포기하기 어려웠던 것이 돈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그들에게는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10,29)를 언급하시니 말입니다. 실제로 제자들 중에는 부자가 거의 없었어요.


돈이든 가족이든, 예수님이 포기하라고 가리키는 것은 '마음속에 가장 아끼는, 바로 그것'입니다. 잠깐 내놨다가 되돌려받을 생각하지 말고, 깨끗이 포기해야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것만은 절대 안 돼!'라고 여기는 바로 그것, '이건 준다고 해도 나중에 꼭 돌려받고 싶어.'라고 손이 떨리는 바로 그것. 그 자리가 하느님 나라가 도래할 자리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본당 신부님은 강론 시간에 당신의 사제 생활이 부자 청년처럼 예수님에게 던진 하나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나?'

고등학생 때 던진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사제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그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요. 저도 오랜만에 자문해 봅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었나? 내가 아직도 포기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아끼는, 바로 그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장 적금을 모두 해약해서 복지단체에 기부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알아듣기보다는, 제 마음에 던져주시는 이 질문들을 곰곰이 생각하는 한 주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지금으로선 제가 가장 아끼는 것이 제 목숨, 제 삶, 제 시간인 것 같은데, 앗. 정직하게 마음을 들여다본 결과, 만약 제가 적금을 가장 아끼고 있었다면 어쩌죠? 저도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갈지도 모르........ㅠㅠㅠㅠㅠ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 너는 계명을 알고 있지 않느냐?"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가 예수님께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이르셨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주위를 둘러보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에 놀랐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얘들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그러자 제자들이 더욱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따름과 보상]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Die Gefahr des Richtums(Der reiche Jüngling)]
Und als er sich auf den Weg machte, lief einer herbei, kniete vor ihm nieder und fragte ihn: Guter Meister, was soll ich tun, damit ich das ewige Leben erbe? Aber Jesus sagte zu ihm: Was nennst du mich gut? Niemand ist gut als Gott allein. Du kennst ja die Gebote genau: ´Du sollst nicht töten; du sollst nicht ehebrechen; du sollst nicht stehlen; du sollst keine falsche Anklage erheben; du sollst niemand berauben; ehre deinen Vater und deine Mutter.´ Er aber sagte zu ihm: Meister, das alles habe ich gehalten von meiner Jugend an. Und Jesus sah ihn an, gewann ihn lieb und sagte zu ihm: Eins fehlt dir nach. Geh hin, verkaufe alles, was du hast, und gib´s den Armen, so wirst du einen Schatz im Himmel haben, und komm und folge mir nach! Er aber war ganz niedergeschlagen über die Antwort und ging traurig davon; denn er hatte großen Besitz.
Und Jesus sah um sich und sagte zu seinen Jüngern: Wie schwer werden die Reichen in das Reich Gottes kommen! Die Jünger aber waren von seinen Worten tief betroffen. Aber Jesus antwortete ihnen widerum: Lieber Kinder, wie schwer ist´s, ins Reich Gottes zu kommen! Es ist leichter, daß ein Kamel durch ein Nadelöhr geht, als daß ein Reicher ins Reich Gottes kommt. Sie waren aber noch viel mehr erschrocken und sagten zueinander: Wer kann dann gerettet werden? Jesus aber sah sie an und sagte: Bei den Menschen ist´s unmöglich, aber nicht bei Gott; deinn alles ist möglich bei Gott.
[Der Lohn der Nachfolge]
Da fing Petrus an und sagte zu ihm: Siehe, wir haben alles verlassen und sind dir nachfolgt. Jesus sprach: Wahrlich, ich sage euch: Es gibe niemand, der Haus oder Brüder oder Schwestern oder Mutter oder Vater oder Kinder oder Äcker verläßt um meinetwillen und um des Evangeliums willen, der nicht hundertfach empfängt; jetzt in dieser Zeit Häuser und Brüder und Schwestern und Mütter und Kinder und Äcker mitten unter Verfolgungen-und dann in der zukünftigen Welt das ewige L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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