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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Oct 27. 2024

드라마로 강론 쓰기?

연중 제30주일 / 마르코복음 10,46ㄴ-52

요즘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다리미 패밀리>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저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영까지는 꽤 긴 시간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다림이라는 주연을 맡은 '금새록'이라는 배우가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신이라는 말을 들어서입니다. 사돈의 팔촌까지 다 찾아보아도 아는 연예인이나 영화배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공동육아'로 자란 아이가 배우가 되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배우일까 궁금하기도 해서요.


그 드라마가 시작한 지 몇 회 되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는데요, 지금까지 나오는 내용으로는 주인공 다림이는 커서 시력을 잃게 된 시각장애인으로 나옵니다. 어떻게든 거액을 마련해서 앞을 볼 수 있게 눈 수술을 해주려는 엄마와는 달리, 딱한 처지가 된 동생 다림이에게 밀려 상대적으로 엄마의 사랑을 덜 받고 자란 형제자매는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우려 하지 않습니다. 가난한 형편에 큰돈이 드는 수술을 받고 싶어하자,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안 보이는 게 익숙해졌으니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해."라는 모진 말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어찌어찌 눈 수술을 하는 장면에서 끝났는데요, 이번 주말에는 그녀가 다시 앞을 보게 될지 아니면 끝까지 시각장애인으로 살게 될지 모르겠네요.


오늘 복음에는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등장합니다. 드라마 속의 다림이는 가난하지만 거지는 아닙니다. 가족도 있지요. 그런데 복음에 등장하는 바르티매오는 앞이 안 보이는 데다가 빌어먹기까지 했나 봅니다. 그런데 바르티매오 역시 다림이만큼이나 총명하고 맑은 심안을 가졌나 봐요.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정보밖에는 주어지지 않았는데, 그는 "다윗의 자손 예수님"이라 부르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바르티매오 주변 사람들이 그를 조용히 시키려는 장면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합니다. 뉴스에서도 많이 본 '입틀막' 장면이에요. 마치 경호원들처럼 예수님께 다가가려는 그를 막고 입을 다물라 합니다. 그렇지만 바르티매오는 주저함 없이 더 큰 소리로 예수님을 부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시 외칩니다. 예수님은 바르티매오의 목소리를 듣고는 걸음을 멈추신 뒤 그를 불러오라고 하십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의 기도는 이리 단순하고 절박한데, 예수님은 그런 부르짖음을 나 몰라라 못 들은 척 지나치는 분이 아니시지요.


권력자의 기분을 망친다거나 위협을 가할 위험이 있다며 사지를 들린 채 쫓겨나가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만, 적어도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그런 어리석은 충견 같은 경호원은 아니었나 봅니다. 예수님이 그를 부르시자, 그에게 용기를 줍니다. 예수님이 부르시니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고요. 바르티매오는 자기가 두르고 있던 겉옷을 벗어던지고 예수님께 갑니다.


당시 겉옷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밤에는 덮고 자기도 했다니, 글쎄요, 요즘 노숙자들이 귀하게 구해 들고 다니는 냉장고 박스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으려나요? 어쨌든 자신을 감싸고 있던, 자신이 지니고 있던, 자신이 두르고 있던 마지막 물건이며 전 재산인 겉옷까지 아낌없이 던져버리고 '벌떡' 일어납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거지가 그나마 갖고 있던 한 가지마저 벗어던지고 예수님 앞에 서는 모습에서 어떤 결기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주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기의 바람을 아룁니다.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요. 예수님은 당신의 자비와 치유의 행위가 아니라, 그의 '믿음'이 그를 구원하였다고 선포합니다. 원하는 한 가지를 얻은 눈먼 거지는 "가거라" 하신 예수님의 명을 따르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섭니다. 두 말하지 않아도 바르티매오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 빠진 이가 길을 찾을 때 주변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는 거였습니다. 독일어 성경에는 "Sei getrost, steh auf!"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getrost'라는 형용사는 '확신에 찬, 자신 있는, 기운 찬, 안심한, 침착한, 태연한'이라는 뜻입니다. 용기를 내라고 번역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안심하고 일어나, 기운 내서 일어나, 자신 있게 일어나, 당황하지 말고 일어나, 차분하게 일어나" 등으로 말할 수 있겠지요. 중요한 건, 일어나서 그분 앞으로 가는 거고, 내가 필요한 한 가지를 간결하게 청하는 행동입니다. "갈 건데요, 잠깐만요, 저 겉옷 좀 챙기고요."라며 주섬주섬 챙기는 게 아니라, 예수님 앞으로 가야 할 바로 그때를 놓치지 않고 의연히 일어나서 가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을 받습니다.


<다리미 패밀리>에서 다림이가 눈을 뜰지 안 뜰지 모르지만, "용기를 내어 일어나"라고 하지 않고 "포기할 줄 알아야지, 안 보이는 게 익숙해졌으니 살던 대로 살아."라고 말했던 형제자매는 언젠가는 그 말을 후회하고 다림이에게 용서를 비는 장면이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뻔한 장면이 안 나올 수 있다고요? 에이, 제가 장담해요. 제가 한국 드라마 한두 개 본 게 아니라니까요.


*이 글은 지난 주초에 미리 써두었는데, 조금 전 토요일 방영분을 보니 다림이 수술이 잘 되어 눈을 떴군요.ㅎㅎ


[예리코에서 눈먼 이를 고치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많은 군중과 더불어 예리코를 떠나실 때에,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라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많은 이가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불러오너라." 하셨다. 사람들이 그를 부르며,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예수님께서 당신을 부르시네." 하고 말하였다. 그는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께 갔다. 예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눈먼 이가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
[Die Heilung des Blinden von Jericho]
Sie kamen nach Jericho. Und als er aus Jericho wegging, er und seine Jünger und eine große Menge, da saß ein blinder Bettler am Wege, Bartimäus, der Sohn des Timäus. Und als er hörte, daß es Jesus von Nazareth war, fing er an, laut zu rufen: Jesus, du Sohn Davids, erbarm dich über mich! Doch viele fuhren ihn an, er sollte stillschweigen. Er aber rief noch viel lauter: Du Sohn Davids, erbarm dich über mich! Und Jesus blieb stehen und sagte: Ruft ihn her! Und sie riefen den Blinden und sagten zu ihm: Sei getrost, steh auf! Er ruft dich! Da warf er seinen Mantel ab, sprang auf und kam zu Jesus. Und Jesus antwortete und sagte zu ihm: Was soll ich für dich tun? Der Blinde sagte zu ihm: Rabbuni, daß ich wieder sehen kann. Jesus aber sagte zu ihm: Geh hin, dein Glaube hat dir geholfen. Und sogleich konnte er wieder sehen und folgte ihm auf dem We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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