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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Oct 06. 2024

성당은 노-베이비존?

연중 제27주일 / 마르코복음 10,2-16

아기를 키워본 부모들은 압니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젖먹이 때는 젖병, 기저귀, 거즈 수건, 물티슈, 보온병 등을 넣은 '기저귀 가방'을 기본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아기 업는 포대기와 유모차도 챙겨야 합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짐이 많아도 누워 있는 젖먹이 때는 차라리 낫습니다. 그 아기들이 커서 두 다리로 걸어다니기 시작하면 건사하기가 더 어려워지거든요.


아이가 넘어져 다칠까, 손 놓쳐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건 기본이고, 어디 가서 저지레를 하지 않을까 밥 한 끼 마음 편히 먹기 힘듭니다.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없이 자기 자식만 귀하게 본다는 이른바 '맘충'(이 말은 정말 거슬립니다)이 있다고 합니다만 이는 극히 일부요, 대부분의 상식적인 부모들은 아이로 인한 민폐가 없도록 하려고 여럿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더더욱 마음을 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노키즈존'을 내거는 곳도 생겼고요. 이렇게 아이를 동반한 부모가 눈치 보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성당'입니다.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전례를 추구하는 한국 가톨릭 교회는 '노키즈존'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키즈는 그나마 '어린이 미사'라는 별도의 전례가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노베이비존'이라고 해야 할까요. 미사가 이루어지는 본당 안에 베이비들에게 적합한 자리가 없으니 아기를 둔 부모는 뒤쪽이나 구석에 따로 마련된 유아실로 가야 합니다. 유아실이 성당 안에 있으면 그나마 양반이죠. 큰 아이가 어릴 때 제가 다녔던 어느 성당은 유아방이 2층 성가대 뒤편에 있었어요. 일어서도 성가대원들에게 가려서 제대는 보이지도 않았고 유아실 안에 설치된 모니터로만 보다가 돌아와야 했습니다. 봉헌할 때는 복사가 바구니를 들고 올라왔고, 영성체 때는 성체분배자가 올라왔어요. 좁은 방에서 아이들은 답답해했고,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를 보는 건지 미사를 보는 건지 모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신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비록 돌림병 환자들처럼 격리당하는 느낌도 없잖았지만 그렇게라도 미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맙기만 했지요. 제가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던, 초보맘 시절이었습니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어린이 미사'에 갑니다. 젊었을 적, 제가 초등부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만 해도 어린이 미사에 참례하는 아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맨 앞에 유치부, 맨 뒤에 6학년 자리까지 배정하고 나면 어른들이 앉을 의자는 몇 개 남지 않았어요. 주일학교 교사들은 자기가 맡은 학년 옆자리에 서서 아이들과 함께 미사를 했고, 미사가 끝나면 교리실로 흩어져 교리를 가르쳐줬지요. 미사 시작 30분 전부터는 '소창'시간도 있어서 율동과 춤을 곁들인 성가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동아리처럼 또래들과 어울렸던 교사들만 주일학교를 즐거워했던 것 같네요.


어린이들만 따로 모아 놓는다고 한들, 미사 경본을 아이들 말투로 바꿨다고 한들, 어린이 미사 시간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재미를 능가할 수 있을까요?아닐 거예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나는 율동을 곁들인다 해도, 아무리 특별한 카리스마를 지닌 신부님이 집전을 하신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뛰어놀아야 행복하고 즐거운 아이들을 한 시간 가까이 앉혀 놓는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거든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암기하듯 이루어지는 전례에 무슨 흥미를 느끼겠어요. 지루하기 짝이 없겠죠.(독실한 신앙으로 무장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안 그럴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어린이들은 극소수일 뿐 아니라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것보다 기도하는 걸 더 좋아한다면, 누가 봐도 이상한 일 아닌가요?)


아기 때는 유아실에 격리하고, 어린이일 때는 놀이터보다 재미없는 성당이라면,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도 가고 싶어질 수가 없어요. 세상에 얼마나 재미진 게 많은데요! 게다가 떠든다고 부모나 사제에게 꾸중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아마도 성당은 학교만큼이나 가기 싫은 곳이 될 겁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신앙교육을 하느냐고요? 방법은 하나라고 봅니다. 부모가 성당에 데리고 다니며, 부모도 성당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지요. 성당에서 좀 떠들어도, 신기하게 생긴 신부님 제의 자락을  잡아당겨 봐도 혼나지 않아야지요. 너무 지루하고 졸리면 엄마 옆에 자리 펴고 누워 자도 되는 곳이어야지요. 놀이터, 쉼터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배움터이니까요.


의정부교구에는 '우는 아기와 함께하는 미사'가 있대요. 웃는 아기뿐 아니라 우는 아기도 함께하는 진짜 가족미사! 멋지죠?

연중 27주일인 오늘 복음에서 앞부분은 혼인에 관한 말씀이라, 혹시 뒷부분을 생략하고 짧은 복음만 들으신 분은 제가 복음과는 무관한 이야기를 생뚱맞게 썼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어요. 그러나 줄이지 말고16절까지 전체를 다 읽어 보시면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는지 아실 거예요.


사람들이 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청하자 제자들이 이를 못마땅해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이들이 오는 걸 막지 말라고 하시며 그들을 안아 주시고 축복해 주시지요.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제대입니다. 제대는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아기들이 운다고, 아이들이 떠든다고, 이것저것 함부로 만진다고 제대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예수님께 가는 걸 가로막는 제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복음 말씀대로라면, 예수님은 그런 모습을 '언짢아하'실 게 분명합니다.


조용하고 경건한 전례에 참례하고 싶은 신자들을 위해서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따로 시간을 마련하고,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주일을 성당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도록 낮미사를 활짝 열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놀이터처럼 놀러 오고, 부모들은 마음 편하게 미사를 봉헌하고요. 그래야 노령화, 고령화되어 가는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어린이, 청소년, 청장년들을 앞으로도 쭉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 웃음소리, 울음소리가 부모들의 성가 소리와 함께 크게 울려퍼지는 생기있는 미사 전례! 상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지 않나요?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모세는 너희에게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였느냐?" 하고 되물으시니, 그들이 "'이혼장을 써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모세는 허락하였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그런 계명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긴 것이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
집에 들어갔을 때에 제자들이 그 일에 관하여 다시 묻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면, 그 아내를 두고 간음하는 것이다. 또한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가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
Und Pharisäer traten, an ihn heran und fragten ihn, ob ein Mann seine Frau aus der Ehe entlassen darf. Damit wollten sie ihn auf die Probe stellen. Er aber antwortete ihnen: Was hat euch Mose geboten? Sie sagten: Mose hat zugelassen, einen Scheidebrief zu schreiben und sie zu entlassen. Jesus aber sagte zu ihnen: Um eurer verstockten Herzen willen hat er euch dies Gebot geschrieben; aber von Beginn der Schöphung an hat Gott sie als Mann und Frau geschffen. Darum wird der Mann seinen Vater und seine Mutter verlassen(und sich an seine Frau binden), und die beiden werden ein Leib sein. So sind sie nun nicht mehr zwei, sondern eins. Darum: Was Gott zusammengefügt hat, soll der Mensch nicht scheiden.
Und zu Hause fragten ihn seine Jünger nochmals danach. Und er sagte zu ihnen: Wer sich von seiner Frau trennt und eine andere heiratet, der bricht ihr gegeüber die Ehe; und wenn sich eine Frau von ihrem Mann trennt und einen andern heiratet, bricht sie ihre Ehe.
(Die Segnung der Kinder)
Und sie brachten Kinder zu ihm, damit er sie berühren sollte. Die Jünger aber fuhren diese Leute an. Als aber Jesus das sah, wurde er unwillig und sagte zu ihnen: Laßt die Kinder zu mir kommen und hindert sie nicht daran; denn Menschen wie ihnen gehört das Reich Gottes. Wahrlich, ich sage euch: Wer das Reich Gottes nicht empfängt wie ein Kind, der wird nicht hineinkommen. Und er herzte sie, legte ihnen die Hände auf und segnete sie.

*대문사진: 이지연 풀꽃그림책 [비야, 그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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