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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Oct 02. 2024

닮다

자네 얼굴에서는 누가 보이나?

몸뚱이는 동네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야생의 피가 가장 뜨겁게 흐르고 있는 암컷냥 쓰리쓰리.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염려하는 집사들의 손에 잡혀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동네냥들도 많지만,

암컷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포획되지 않아, 숨은 수컷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쓰리쓰리.


그니가 두 해 연속 새끼들을 낳았을 때 집사네 식구들은 애비가 누군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지.

그니가 자백하지 않아도

새끼들이 온몸으로 '나는 이쪽 종자요!'라고 써붙이고 태어나니까.

첫 배로 낳은 순백의 흰둥이들에게서는 저 위쪽 골목에 사는 흰냥이가,

두 번째 배로 낳은 생뚱맞은 치즈냥에게서는 영역 다툼을 하면서까지 어슬렁거리던 커다란 치즈냥이 보이지 않는가.

그런 걸 보면, 씨도둑질은 못한다는 옛말이 우리 사회에서통하는 듯하이.


좋든 싫든,

냥이든 사람이든,

자식은 자신을 만든 부모의 외모를 닮게 태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모 자식 간 관계가 별로 좋지 않을 땐

닮은 외모가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해.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묻는데, 그 거울 속에서 내가 정말 닮고 싶지 않은 부모의 얼굴이 보이면 어찌 괴롭지 아니하겠는가.

더욱이 거울에게서,

"그대도 예쁘지만, 그대가 싫어하는 그대의 어머니가 더 예쁘오."라는 답이라도 듣게 된다면?


외모가 닮은 것보다 더 괴로운 건,

행동, 버릇, 가치관, 태도 등 내가 노력만 했다면 물려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싫어했던 부모 모습 그대로 물들어 있음을 발견할 때지.


외모는 부모 탓을 할 수 있지만

인성과 성품은 온전히 자신 탓이니까.

거울에 보이는 자네 얼굴엔 자네가 살아온 삶이 비치는 거니까.


자네는 누구를 닮아 있는가?


거울 속에서 자네는 누구의 모습을 보는가?

자네가 싫어하던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가,

자네가 좋아하고 존경하던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가?

눈, 코, 입, 귀, 손짓, 발걸음, 말버릇, 마음씀까지 골고루 잘 살펴보시게.


부부지간도, 부녀지간도 아니면서 참 닮은 녀석들
나이도, 출신도, 성별도 각각인 세 녀석. 매우 다르면서도 매우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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