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당이 있는 시골집'으로 이사했다.
7~8년간 마음에 담고 있었던 일을 이룬 것이라
지금도 꿈인지 생신지 얼떨떨하다.
이곳에서 나는 좌청룡 우백호 대신
다랭이논과 황학산 올라가는 언덕을 끼고 산다.
며칠 새 나는 조금 사납지만 정겨운 새 이웃들을 사귀었다.
조폭 까마귀와 깡패 까치가 바로 그들이다.
간혹 우리 집 쓰레기봉투를 노리는 방문객 들고양이도 납신다.
이사한 이튿날 거실 바깥이 소란스러워 쳐다봤더니
까마귀 몇 마리가 언덕에 있는 까치둥지에 허락도 없이 들이닥쳤다.
필시 둥지 안의 알들을 노렸을 게다.
까치 암컷이 비명을 지르자
북쪽 황학산에 있던 경찰 까치떼가 득달같이 달려왔고,
동남쪽 고목에서 주시하고 있던 까마귀 몇 마리가 날개를 폈다.
그리고는 패싸움이 벌어졌다.
패싸움의 결과는 과격한 소리에 비해 깃털 한 두 개가 땅에 떨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일은 그 후로도 두어 번 더 있었다.
나와 남편은 까치와 까마귀의 쌈박질을 까까전쟁이라고 부른다.
비장하고 시끄러운 전쟁의 종결은
암컷 까치가 둥지를 중심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날고,
수컷 까치가 저보다 덩치 큰 까마귀를 숲 속까지 추격해가서 분풀이를 하고 되돌아오면서 무승부로 끝난다.
그런데 하루는 까치들의 화가 안 풀렸는지
우리 집 왼쪽 다랭이논에서 사달이 났다.
까마귀 한 마리가 논우렁을 잡아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까치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더니
그 까마귀를 물 댄 논바닥으로 끌고 가 처박았다.
3대 1이라 당해내지 못하고 그 까마귀는 '나 죽는다.'며 까악 깍 울어댔고,
이번에는 숲에서 스텔스 폭격기 같은 까마귀 일곱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까마귀 2 대 까치 1로 응징이 시작되었다.
OK목장의 혈투까진 아니어도 엄청 살벌했다.
혼비백산한 까치떼들과 쪼아대는 까마귀 떼들이 한창 야단법석인 그 틈에
논에 처박혀있던 까마귀는 논두렁으로 비틀비틀 올라왔다.
나는 마당에서 잡초를 뽑다 말고 계속 예의 주시했다.
잠시 후 까치들이 꽁지 빠지게 숲 속으로 흩어져 달아났고,
논두렁은 열과 오를 맞춰 대략 열 마리의 까마귀들이 장악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까마귀 일곱 마리가 동남쪽 고목에 좌정하시고 나서야
까까전쟁이 끝나고 비로소 평화가 돌아왔다.
나와 남편은 이번 전쟁의 교훈이 좀 오래가서 한동안 동네가 조용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