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 살 시절

종이때기나 가져오세요

by 뚜와소나무


친정의 일가친지들은 지금도 나를 보면 '종이때기나 갖고 오라'고 한다.


이 얘기의 시작은

내가 기억도 하지 못하는 세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겨울날, 나는 방 한가운데서 응가를 했다.

마당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큰 일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냅다 야단치셨다.

"아이코 이것아, 방에서 똥을 싸면 어떻게 하냐!".

그런데 그때 내가 느릿느릿 했던 말이

"추워서 그랬어요. 걱정 말고, 종이때기나 갖고 오세요" 이랬다는 거다.

이 말을 듣고 웃느라 초토화된 어른들이 나를 꾸짖지도 못하셨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날의 일은 할머니 때문에 온 친척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나만 보면

"걱정 말고 종이때기나 갖고 오면 되냐?" 이러며 웃으신다.

우리 집에 경사가 있든,

다른 집에 경사로 축의금을 갖고 가든 간에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종이때기나 갖고 가면 되지?" 혹은 "종이때기는 갖고 왔니?"라고 하신다.

세 살 때 일이 50년 넘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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