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가요?

-말발굽을 가지고 온 환자-

by 뚜와소나무

한 갱년기 여성과 그의 남편이 조심스레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을 잡고서.

남편의 다른 손에는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신문지에 둘둘 말은 무언가가 있었다.

남편은 부끄러워하며, 이걸 아내의 처방에 넣어서 달여 줄 수 있는지 내게 물었다.

나 : “이게 뭔가요?”

환자의 남편 : “말발굽입니다.”

나 : “네? 말발굽이라고요? 이걸 어디다 쓰는 건데요?”

환자의 남편 : “화병에 쓴다고 하던데요.”


족발조차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말발굽을 약으로 쓸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 했다.

오죽해야 주객이 바뀌어 환자의 남편에게 되물었겠는가!

나는 동의보감 뒷부분을 뒤적이며 마제(말발굽)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동의보감은 25권 25 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중 2권이 목차에 할애되어 있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이 25권 중 21권의 내용을 (완벽하진 않아도) 휘리릭 넘기며 찾을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맨 끝의 4권에 대해서는 검색용으로만 사용했지 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말발굽에 대한 기록이 그 4권 중 3권인 탕액 편에 나와 있었다.

환자 남편의 말대로 울화병을 치료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내가 탕액 편에 나와있는 글귀를 읽고 나서 한자 뜻을 풀어 설명을 하자 아내가 빙긋이 웃었다.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다정해 보이던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 화병이 났던 걸까?

'갱년기 증상들은 있지만 표정이 편안해서 화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내가 말하자

남편이 하는 말이 “원장님, 제가 젊었을 때 제 아내의 속을 썩인 적이 있었습니다.”라 했다.

돈 문제로 속 썩인 게 아니라 여자 문제로 속을 좀 썩였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얘길 듣는 아내의 표정이 뜻밖이었다.

죄인처럼 주눅 들어 고해성사를 하는 남편을 보며 슬쩍 웃었다.

‘꼬시다, 남편아.’하는 그런 표정으로 살짝 웃는 모습이 대여섯 살 아이같이 순박했다.

남편이 사죄의 뜻으로 말발굽까지 구해와 약을 지어주니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말발굽을 어디서 구해왔는지 물어봤다.

간단했다.

과천경마장에서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구했다고 했다.


나는 약제실 직원을 불러 설명하고, 선처리를 확실히 해서 약에 넣어 달이라고 했다.

부부는 안도하며 감사인사를 여러 번 하고 갔다.


부부의 표정을 보니 과거는 흘러갔고, 건강하게 해로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그러길 바란다.

서로 다정히 잡은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눈을 마주 보며 웃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군산에서 출발하면 어청도라는 말발굽 모양의 능선길이 있는 섬으로 갈 수 있다.

그 섬은 바다의 속이 아니라 바닥의 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으며,

수십 종이 넘는 새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화병 있는 사람이 가서 저녁밥상을 받으면 응어리가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해조류와 생선에는 우리의 긴장과 울화를 풀어주는 성분들이 아주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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