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둘째 아이 입에서 또 생경한 단어들이 쏟아졌다.
악마의 기둥.
악마의 젖꼭지에 이어
악마의 머리카락.
나는 억울하다!
비빔밥 안에 버섯을 넣었더니만
그 버섯들을 골라내며 "이런 악마의 기둥들은 뽑아야 해."란다.
과일을 권하면 호오가 분명하여
때론 한 접시 모두 내가 먹어 치우기도(?) 한다.
어쩌다 건포도를 주면 악마의 젖꼭지라 부르며 손부터 내젓는다.
어제는 둘째의 쾌변을 위해
생다시마를 얇게 썰어 초장에 찍어먹으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앗! 이게 뭐야? 이건 악마의 머리카락이구만!"이라며 미심쩍어했다.
'둘째야~내 눈에는 이런 음식들을 기피하는 네가 바로 식탁의 악마여!'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나 역시 기피하는 음식의 종류가 다를 뿐,
분명히 있긴 하다.
육해공군을 다 골고루 먹는 중에도
염소탕이나 내장탕, 보신탕, 토끼탕, 소머리국밥 이런 류는 냄새부터 조금 힘들어한다.
직원들이 추천하여 교대 곱창집에 따라갔으나 내 취향이 아니었고,
피부과 교수를 따라 장충당 족발 맛집에도 가봤지만 역시 한번 먹어보고는 땡이었다.
그런데 후배가 설날 선물로 보내준 흑산도 홍어는
(나이 40 넘어 처음 먹어본 음식)
겨울에 횟감으로 막 도착했을 때부터 매일 두세 점씩 먹었더니
나중에는 입천장이 녹을 정도로 톡 쏘는데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 후론 홍어 글자만 봐도 침을 흘린다. 홍어에 관한 한 파블로프의 개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 집 안드로메다 후계자가 음식 타박을 해도 그러려니 한다.
개인의 취향일 뿐이니까.
그래도 악마라는 단어는 좀 빼자꾸나. 준비한 성의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