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있다가 안방에 들어가 보니
방문도 활짝
화장실 문도 활짝
장롱 문도 활짝
심지어 서랍장 문도 반쯤 활짝.
시선 가는 곳마다 어수선했다.
한 사람은 안방을 계속해서 어지럽히고,
한 사람은 계속 정리하고 다닌다.
이날 따라 뚜껑이 살짝 열려
나는 아침식사 중인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다니는 곳마다 여기저기 문을 다 열어두면 어떻게 해!"
남편은 느닷없이 잔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요동하지 않고
심지어는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 내가 이렇게 오픈이 되어있는 사람이야."
'아! 정말 우짜면 좋노. 답이 없다카이.' 체념하면서
나는 돌아서면 치우고 또 치우는 도돌이 인생을 살고 있다.
결혼 10주년 즈음됐을 때 남편이 선언했다.
" 이제부터는 나는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는 대신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노력할 거야."라고
그 결과
집안의 모든 설비 및 하자보수 공사는 남편이 손수 다 하고
대신 안방을 어지럽히는 죄를 사면 받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