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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이라 어버이가 쏜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by 뚜와소나무

어버이날 아침 단톡방 알림음이 울렸다.

엄마가 우리들에게 주려고 봉투를 여러 개 준비하신 사진이 올라왔다.

카네이션 꽃다발과 함께 테이블에는 돈봉투가 얌전히 놓여있었다.


뜻밖의 하사금에 우리는 무척 즐거웠다.

엄마는 “어버이날이라 어버이가 쏜다!”라고 외치셨다고 했다.


사실 우리 엄마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다.

가진 재산도 별로 없어서 자녀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얼마간 받고 계신다.


하지만 여전히 유머감각이 있고,

마음도 너그러우시다.

그래서인지 가끔 쌈짓돈이 흘러나온다.



나는 이 일을 우리 아이들과 얘기하며

‘좋은 건 얼른 배워서 실천해야 돼. “라며

이번 어버이날 점심식사비는 내가 쏘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소리없이 웃었다.


그러나 내가 손녀를 업고 오전 산책을 다녀오는 동안에

큰애가 식사비를 먼저 결제해 버려서 이번에는 식사비를 내가 내지 못했다.

육아퇴근 후 나는 엄마 집에 들렀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시는 당신의 증손주 자라는 동영상도 보여드리고

어버이날 축하금도 드렸다.


집에 와서는 엄마에게 받은 용돈을 남편에게 전해줬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장모가 사위에게 용돈을 주셨어.”라고 했다.

그랬더니 미소를 지으며 듣던 남편이 “당신이 써.”라며 도로 내게 주었다.

나는 엄마가 우리들에게 주시는 돈의 액수는 기억하지 않지만,

하사금의 이유는 늘 기억하고 되새김질한다.


부자가 아니어도 인색하지 않을 수 있고,

가족으로서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모습은

치매가 와도 여전하다는 게 중요하지 뭐가 중요하겠는가!


행복한 기억을 하나 더 갖게 해주셔서,

따뜻한 모범을 보여주셔서

엄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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