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영국의 기괴한 작가 로렌스의 작품으로,
한때 영국에서 출판이 금지되었었다.
여고시절 국어시간에 제목만 들어봤지 실제로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예과 2학년 시절 우연히 길거리에서 영화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나는 ‘저 유명한 작품을 읽어보진 못했으니까 영화로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날 함께 탁구를 친 우리 과(科) 남학생에게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그 남학생은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아들이었는데,
내가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이라고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응, 그러자’ 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서 영화관 앞에 줄을 서서 표를 끊었다.
잠깐 둘러보니 영화를 보러 온 대다수가 남자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오가며 우리 둘을 힐끔힐끔 쳐다봤을 때조차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영화관에 들어가서 나란히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헉!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말의 종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산지기 멜로즈가 오두막 밖에서 샤워하는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닌가!
딸만 있는 집에서 자란 나의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는데,
조금 있으니까 이번에 여주인공이 대문짝만 한 스크린에... 아이고~
스크린은 둘째 치고, 내 옆에 앉아있는 남학생 얼굴도 못 볼 지경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한참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면 또 여주인공이 화면 전체에 음...
분위기는 끈적끈적했다.
그러면 즉시 내 고개는 또 깜깜해 보이지도 않는 영화관 바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시간이 더 많아서 내용이 뭔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여간에 내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갔다.
일어나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는
고문의 시간들이 지나 마침내 영화는 끝났다.
영화가 끝나니 이번엔 그 남학생과 함께 나갈 자신이 없었다.
분명 두 시간 전만 해도 팝콘 먹으며 떠들면서 같이 들어왔었는데 말이다.
‘우리 따로 나가고, 버스도 따로 타고 가자.’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영화 보러 둘이 같이 갔다고 절. 대.로. 말하지 말자.’는 약속을 받아냈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종호야, 나는 진짜로 유명한 문학작품을 보러 갔을 뿐이야! 믿어줘.
그리고 지금은 나한테 고맙지 않냐? “
다행히 모범생 종호는 그 후로도 나와 가끔씩 탁구를 쳐줬다.
대전에서 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자연 다큐와 같이 좀 건전한 장르의 영화를 엄선해서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