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용품

재수생 등원시키는 아침

by 뚜와소나무

재수하는 둘째 딸이 학원에 가려고 나서면

나는 현관 앞에서 일주일에 삼일은 같은 얘길 반복한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에 더해

‘친구, 물면 안 돼.’, ‘친구, 때리지 말아라’ 등등.

진심이라고는 모기 눈깔만큼도 없는 당부를 실실 웃으며 한다.

둘째는 나의 유치함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소리를 지르며 나간다.

“친구들한테 한 번도 그런 적 없다고요!”라며.


사실 이 대화는

둘째가 아침에 흐물흐물 늘어져 있을 때

일으켜 세우는 힘찬 구령 같은 의식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내가 한 술 더 떠

“친구가 샤프심 빌려달라는데 샤프심으로 손등 찌르면 안 된다카이.”

“지우개 빌려달라고 말했다고 째려보면 안 된다고! 알았제!” 라며 연이어 장난을 쳤다.

그랬더니 둘째는 신발을 신으며 성가시다는 듯이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니까요!”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런데도 멈추지 못한 나는

“니 고흐 봤제!

그 사람 지 성질 못 이기고 지 귀를 잘랐다 카대.

니는 면도칼 갖고 다니지 마라. “고 말했다.

그러자 둘째는 정색을 하며 이 말을 남기고 현관문을 쌩하니 나섰다.

“어머니! 커터칼은 학용품입니다.”

sticker sticker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