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시작한 감기 릴레이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첫째가 나아가는 듯하면 둘째가 감기에 걸리고, 둘째가 나을만하면 제가 감기에 걸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모두 감기에 걸려버렸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감기에 걸려 콧물을 줄줄 흘리는 중에도 아이들은 지칠 줄 모르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닙니다.
끝없는 감기 수발에 저만 지칠 대로 지친 것 같아요.
이리저리 날뛰는 아이들을 붙잡아 등원 준비를 해야 하는 전쟁 같은 아침.
여느 때처럼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고 뛰어다니느라 바쁩니다.
아이들은 기껏 만든 주먹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금세 자리를 뜹니다.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지만, 버스 시간이 다가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한 명씩 잡아다 씻기고 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감기약을 타 한 명씩 붙잡아 먹이고, 점심에 먹을 약병까지 챙겨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온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지요.
둘째가 또 변기 뚜껑을 열어 휘저으려 하는 걸 막으러 가는 동안, 첫째는 조리대 위에 기어 올라가 물을 받겠다며 조리대를 물천지로 만들어버렸어요.
하지 말라는 이야기에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올라오는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등원 준비를 끝내고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서는 순간, 첫째가 말합니다.
"엄마 잠깐, 나 집에 들어가서 뭐 챙겨 와야 해."
"챙기긴 뭘 챙겨. 유치원에 네 물건 가져가면 안 돼. 다녀와서 놀자."
"안돼~ 나 뭣 좀 가져가야 한단 말이야."
"안돼. 버스 시간 다 되었어. 얼른 가야 해."
"싫어. 챙겨갈 거야!"
하며 첫째는 신발 신은 채 다시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아!!!!!! 그만 하라고오오오오오!!!!"
지난 한 달간 꾹꾹 눌러 담아왔던 힘듦이 그 순간 봇물처럼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발장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서러움을 다 비워낼 것처럼.
엄마가 소리치며 우는 모습에 놀란 아이들은 조용히 제 앞에 다가와 앉았어요.
"엄마 진정해. 울지 마."
하며 첫째는 연신 제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벙찐 표정의 둘째는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첫째가
"엄마가 우는데 웃으면 어떡해!" 하며 동생을 나무라는 말에 웃음이 터져 흐르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제가 웃으니 아이들도 따라 웃습니다.
양쪽 무릎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었어요.
"얘들아,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우리 이제 나가자."
늘 '화내지 말아야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해 보지만 힘든 순간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스스로가 미워집니다.
이렇게 부족한 엄마에게 아이들은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고, 마냥 웃으며 바라봐 주네요.
참 고맙고 또 미안합니다.
매일매일이 쉽지 않지만, 이 모든 소란스러움 속에서 우리는 함께 크고 있다는 걸, 오늘도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해 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평온한 엄마가 되어보자."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