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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즐기는 법.

혼자만의 시간

by Sarakim


한강,커피,산책

서점엘 들렀다.

신랑은 시댁에 보내놓고 나는 엊그제 맞은 독감주사로 인한 몸살기운을 핑계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얼마만의 한강산책인가. 얼마만의 독서인가.

봄이 시작되는 듯, 따듯한 햇살이 느껴진다.

독서는 시간을 내어 하는 게 아니라, 틈틈이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살다보면 쉽지가 않다.


어쨌든, 작은 독립서점에 들렀다.

인포에 앉은 직원은 자기일에 집중하고 있고, 소리내어 인사하지도 않는다. 조용하다. 한 코너엔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듯 하다.

또 한 코너에 부부가 앉아 책읽기 삼매경에 빠졌다.

곳곳을 둘러보고 둘러본 곳을 또 둘러본다.

인상깊은 글귀를 손글씨로 적은 메모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 소품은 이런 에피소드로 만들어졌고, 얼마에요. 문장으로 구사되어 직원의 도움없이 혼자 조용히 책쇼핑과 소품쇼핑을 할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내 이목을 잡은 책이 있었다. 특별히 구매할 목록을 정하고 가진 않았고, 나의 책선정기준은 늘 “제목” 이다. 제목에서부터 내 글쓰기 욕구를 자극하는 책 한 권을 골랐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이미 유명한 책인 듯 하다. 나와 같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1장에 ‘무작정 쓰기 연습’ 이라는 소제목에 끌려 바로 구매했다. 물론, ’커피한잔에 고뇌하고 있는 소녀‘ 가 그려진 엽서 한장도 구매했다.


플랫화이트 한잔을 사들고 나온다.

무작정 걷는다. 양재천 한강 산책길을 걸으며, 혼자 사색에 빠진다.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는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책을 펼쳐 읽으며 글쓰기에 더욱 목말라진다. 10장도 못 읽고 글을 써내려간다. 이런, 나의 하찮은 끈기…인내심.


이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무작정 서점에 들러 책 한권과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이 시간이.


산책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배경삼아 양재천을 마주보며 책을 읽고, 또 글을 쓴다.

글쓰기는 참 인생과도 같다. 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다가도, 술술 써내려가 질 때가 있다.

신흥작가의 유튜브를 보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작가라는 직업을 시작할 때, 고참의 선배가 이야기했단다. ’이 일은 고통스러운 일인데, 괜찮겠니?‘

마감에 허덕이며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신흥작가는 그때의 말을 유명세를 탄 요즘 들어 체감한다고.


그렇다면, 아마 나 또한 고통을 베이스로 한 일들을 선망하는 사람인가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렇지만, 고통없이는 어떠한 결과물을 내기 어렵지 않던가. 가끔 내게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제2의 인생 아니냐고. 30대 중반도 안된 내가 이런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것도 참 웃기지만, 아마도 첫 생은 아닌가보다.집아


30분만 이 시간을 더 즐겨야겠다. 집돌이 신랑이 언제 돌아올 지 모르니. 아무일 없는 듯 집에서 맞이해줘야지. 참고로 글쓴이는 이제 막 결혼한지 100일도 안된 따끈한 신혼이다. 신랑과의 불화는 일절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길.


당신도 지금 나름대로의 주말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는 침대에서, 산책하며, 커피마시며.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절망하지 말자.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주말을 즐기고 있으니. 집 안에만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면, 종이책 한 권 집어들고 집 앞 카페라도 다녀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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