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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삭 속았수다 리뷰

스포있음 주의*****

by Sarakim

드라마 평론을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부드러운 타자감의 키보드로 바꾼 김에 글도 쓰고,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 쏟아낸 시청자로써 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은 스포당하기 싫다면 읽지 않아도 좋다.










우리 엄마는 홀어머니가 된지 6년정도 되었다.

폭삭 속았수다에서처럼 아빠가 아프다 돌아가신 건 아니고,

그냥 갑자기 어느날 돌연히 쓰러지셨고

심폐소생술과 골든타임에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그자리에서 돌아가셨다.


나는 목격하진 못했고, 그날이 늦둥이 막내동생의 대학교 오티날이었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을 가게 된 애지중지 예쁨만 받던 동생은,

그날도 언제나처럼 장장 5시간이상 운전을 도맡은 아빠와

조수석의 주인인 엄마 그렇게 셋이 함께 동행했었다.

동생과 엄마는 모든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엄마가 얼마나 침착하고 강단있는 사람이냐면, 누군가는 이상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나중에 일어나면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서의 상황을 촬영해놓았더라.

워낙 건강했던 아빠라, 그렇게 가실 거라 생각조차 못했다고.




엄마는 참 강단있는 사람이다. 외유내강.

그게 바로 우리 엄마를 칭하는 딱 맞는 말이다.

자기주장 강하고 세던 아빠와 30년이상을 함께 살다보니

더 강단있어진 거 같다.


드라마 속 병든 아빠는 큰딸에게 여리디 여린 소녀감성의 아내를 부탁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가슴 속 깊이 와닿던지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우리가족은 한동안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상실감으로 가득했던 집안 공기 때문인지 일부러 모두가 씩씩한 척 했다.


생각해보면 장례치르는 내내 엄마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마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조의객을 마주하느라 정신없던 기억이다.

그래도 나는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펑펑 소리내어 울었는데.

다 쏟아냈는데. 나한테 어떤 아빤데.

첫째에게 못 해준 게 한이 되어 괜히 둘째를 더 예뻐했던 우리아빠.

여기서 둘째는 바로 나다. 언니에게는 미안하지만 괜한 수혜자로 살았다.



언젠가 궁금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는 아빠 돌아가실 때 소식 듣자마자 펑펑 쏟았어.

근데 엄마는 아빠에 대한 사무침이나 그리움은 없어?

엄마도 운 적 있어? 우리 몰래 울었지...?"


자식들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엄마는

당장이라도 마음 터놓고 내 앞에서 울어도 된다는 듯한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니. 엄마는 안 울어. 눈물이 안 나. 뭐가 슬퍼. 누구나 다 때가 되면 가는데 뭐.

보고싶지도 않어. 엄마는 아빠랑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잖아.

아쉽긴 하지. 너무 갑작스럽고. 젊을 때 가서.

남들 즐겨보는 노년을 같이 못 즐겨 본 게 좀 많이 아쉽지."


아쉽다. 그 말 한마디에 다 들어있어서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그냥 그리워하며 사는 거다. 평생 그리운 존재인거다.

부모는 떠나는 순간부터 자식에게 그리운 대상이 되는 듯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많은 날들을 떠올리며,

아. 아직 그리운 것도 아니구나. 나중에는 더 더 그립겠구나 싶었다.



어느날밤 14화까지 시청하다 잠든 나는 사무치는 그리움에,

배우들의 리얼하고도 진정성있는 연기에,

주옥같은 대사 하나하나에 눈물을 머금고 잠들었었다.

먼저 잠들었던 신랑이 거실에서 잠든 나를 깨웠던 얘기를 해주는데 가관이었다.

"자기 어제 울었던 거 기억나? 서럽게 울어서 내가 토닥여줬어."

"어? 내가?? 자기가 잠깐 인사하고 간 건 기억나는데...(잠시 생각하다)

아. 눈물이 흘렀던 기억이 있어. 드라마보다 잠들었는데 아빠생각에 좀 슬펐었나봐."

꾹 참고 잠들었던 감정이

신랑이 왜 여기서 자~ 하며 토닥여주는 한마디에 터졌었나보다.




엄마는 속으로 운다.

신랑이 장모님 보고 싶다고 친정집 찾아간 날,

사위와 장모 그리고 나는 폭삭 속았수다 마지막화를 함께 시청했다.

신랑과 나는 펑펑 울고,

엄마는 내 뒤에 앉아 눈물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랑이 물었다.

"어머님은 안 우시더라. 참으시는 건가?"

내가 대답했다.

"엄마는 속으로 울어. 자기 힘든 거 슬픈 거 잘 얘기 안 해."


맨날 괜찮아, 괜찮아. 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 가족들은

안 괜찮을 때도 괜찮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버릇처럼 달고 사는 그 말 때문에 마음의 병을 키우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가끔은 털어내고 쏟아내도 되는데.


"아빠는 지금 가도 여한이 없어.

사라는 행복해? 아빠는 지금 너무 행복한데.

예쁜 와이프 있지. 사랑하는 딸내미들 있지. 아빠는 다 이뤘어.

아빠는 진짜 지금 가도 좋아."


마치 그 영혼은 자기 갈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걸 알고 있는 듯, 거듭 얘기했었다.

자꾸만 쓸 데 없는 얘기한다고 무시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강했던 아빠가 한없이 여린 사람이었음을 알았을 때,

요즘 너무 행복하다며 웃음이 끊이지 않던 때,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던 때에,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렇게 데려가셨다.

하늘에서 아빠를 빨리 데려다 쓰시려나보다 했다.



잘 살다가도 갑자기 찾아오는 그리운 마음을

아직도 받아들이는 중이다.

어쩌면 아빠를 잊지말라고 자꾸만 그리운 마음을 주시는 지도 모른다.

아프고 슬픈 마음과는 다르다.

아. 아픈 마음은 엄마를 볼 때 드는 마음이다.

바늘이 콕- 박힌 것처럼 아픈 마음이 든다.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두 손 꼭 잡고 나란히 걷는 노부부.

살면서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엄마가 떠올라 울컥 올라온다.

노년을 함께 못 즐겨본 게 아쉽고,

엄마 홀로 겪어 나가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아쉬움 가득이다.

기쁜 일, 슬픈 일, 힘든 일.

뭐든 함께 나누면 기쁨은 배가 되고

슬픔은 절반이 된다는데.

오롯이.진짜 혼자서 오롯이 마주해야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짠하다.

본인을 짠하게 여기길 바라지 않는 엄마는,

딸들이 있어서 괜찮다 든든하다 하지만

사느라, 살아내느라 옆에서 함께 하지 못 하는 시간이 더 많기에

짠하기만 하다.



산 사람은 다 산다.

그 말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안 계시는 틈을 타 아빠 흉도 보고,

매일같이 청소해대며 깔끔떠는 흉내도 내보고,

각자가 기억하는 아빠를 그리며,

그렇게 산다. 그렇게 그리워하며 산다.



평-생 그리워하며 산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보고싶을까.

...








사랑하는 이를 여읜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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