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아주 사소한 것까지 기억해 줄 때다.
어느 날 설거지를 하다가 심심해서 남편에게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
"이영지 노래 틀어줘. 요즘 나는 이영지 노래가 좋더라."
남편은 이영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줬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설거지를 했다.
그다음 날 우리는 외식을 하러 가기로 했다.
차를 타고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남편은 이영지 노래를 틀어주었다.
이럴 때 나는 감동한다.
남편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해 준다.
아이스크림할인점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엔쵸는 빠트리지 않고 사 온다.
별구경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별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 한밤중에 몇 시간씩 운전해서 그 장소에 데려다준다.
'선재 업고 튀어' 너무 재밌다고 말하면
같이 드라마를 봐주고
변우석 팬미팅한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해준다.
가끔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기억한다.
편의점에서 남편은 어떤 초콜릿을 발견하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우리 홍콩여행 갔을 때 여보가 맛있게 먹었던 초콜릿이 이 초콜릿 같아."
"응? 내가 홍콩 여행에서 초콜릿을 먹었었어?"
"응. 여보가 좋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파나 찾아봤었는데 못 찾았었거든."
우리가 홍콩 여행을 갔던 건 10년 전이었다.
나는 그때 초콜릿을 먹었다는 사실조차 있고 있었는데
남편은 그걸 기억하고 편의점에 들를 때 그 초콜릿이 있나 살펴봤었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나의 말과 나의 취향을 기억해 주는 그에게
나는 진심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걸 주는 게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걸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보면 사다 주고 싶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곳에 데려다주고 싶은 게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