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이제 곧 일곱 살. 혼자서 샤워할 수 있도록 샤워할 때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머리에 물을 묻히고 샴푸를 하고 헹궈내고 샤워타월에 물을 묻힌 후 거품을 내어 몸을 닦고 헹군다. 어떤 날엔 몸을 직접 닦게 해 보고 어떤 날엔 샴푸를 직접 해보게 했다. 요즘엔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샤워를 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디를 더 해야 하는지 어디에 거품이 아직 묻어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러다 이제 아이가 혼자 씻을 수 있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엄마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화장실 앞에 앉아 아이를 기다렸다.
잠시 후, 문을 열더니 얼굴만 빼꼼 내밀고는
"엄마, 머리에 샴푸 잘 됐어?"
라고 물었다.
정수리와 뒷머리에만 거품이 있고 앞머리는 거품은커녕 물에 젖지 조차 않았다.
"앞머리가 아직 안 됐네. 앞머리를 물에 적시고 샴푸 하면 돼."
아이가 샴푸를 여러 번 짰다.
"어어어! 한 번만 누르면 돼~"
아이는 물도 묻히지 않은 앞머리에 샴푸를 치덕치덕 발랐다.
"됐다. 엄마 이제 나가 있어."
"어? 으응..."
문을 닫고 다시 화장실 앞에 앉았다.아이가 샴푸를 잘 헹궈낼까 불안했다. 차라리 그냥 내가 씻겨 주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해보겠다는 아이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고 아이는 또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얼굴은 뭘로 닦아야 돼?"
"방금 머리 감은 걸로 쓰면 돼."
샴푸, 바디워시 겸용인 올인원 제품이다.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렸다.
아이는 '나 혼자 다 씻었어!'라 말하는 것 같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양치는?"
"아! 맞다. 맞다."
아이는 다시 들어가 양치까지 하고 나왔다.
이제 다 했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우와~~ ♡♡이가 혼자서 다 씻고 나왔네~"
이렇게 칭찬은 했지만 나는 자꾸 아이의 머리가 신경 쓰였다. 그 많은 샴푸를 제대로 다 헹궈냈을까, 거품이 남아있어서 비듬 생기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다.
아이에게 "엄마가 헹구는 거 딱 한 번만 해줄까? 아직 거품이 남았을지도 모르잖아."라고 했지만
아이는 "아니야~ 다 했어!"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씻을 때 옆에서 지켜보질 못 하니 제대로 씻은 건지 아닌지 영 불안했다. 내가 한 번 헹궈주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참았다. 스스로 씻었다는 성취감, 자신감을 아이가 만끽할 수 있도록 더는 참견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잘 씻었을 것이라 믿기로 했다. 그리고 좀 잘 못 씻었더라도 큰일 나진 않을 테니까 괜찮다고 나를 다독였다.
이제 아이가 스스로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내 눈에는 미숙해 보이고 모자라 보여도 아이 스스로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겠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는 그저 처음에 방법을 알려주고 약간 조언을 해줄 수 있을 뿐. 아이가 혼자 하겠다고 했을 땐, 감시하거나 확인하려 하지 말고 아이를 믿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