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열심히만 찾으면 결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 찾아보는 한편으로 자신의 갈망을 충족시킬 방법도 마련했어. 뭔지 알겠어?"
나는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변호사가 되었어. 가정 폭력을 전문으로 하는. 그러고 나서 뭘 했는지 알아?"
잭은 몸을 기울여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왔다. "너랑 결혼했어, 그레이스."
'비하인드 도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출간된지 오래된 책인데, 우연히 집어 들고 몇 장 읽다가 그 자리서 완독해 버렸다. 도저히 그냥 덮고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소설 속 잔학무도한 사이코패스(잭)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서였고, 불쌍한 희생양(그레이스)의 분투에 지지하는 거라곤 독서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책을 시작했던 독자라면 모두 나와 같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흡입력은 최고다.
사이코패스를 단순히 정신병자로 치부하면 위험하다. 그들은 지금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상당히 머리도 비상하다. 그들의 뇌는 냉담하고 감정에 노출되지 않게끔 컨트롤이 훌륭하다. 그들은 학자나 변호사, 군인,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군에 포진되어 있다.
이 소설 속에 사이코패스는 더욱 완벽하게 나온다. 누구나 반할 만큼 매력적인 외모에 지적이고 성공한 변호사다. 게다가 그는 가정폭력을 전문하며 약자를 대변함으로써 대의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외모는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추파를 던질 만큼 매력적으로 나온다.
이 소설의 피해자 그레이스 역시 그의 매력에 빠졌지만 자신의 처지(다운증후군 동생을 끝까지 돌봐야 하는 입장)에 바로 포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잭은 먹잇감을 찾고 있었고, 그녀의 착각을 이용해 바로 결혼에 성공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대개 머리가 좋고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생기거나 해가 되지 않는 사람에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그들을 사회적(외견상)으로만 접하는 사람들은 매너 좋고 젠틀하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특징은 타인이나 자신의 고통과 두려움에 둔감하기 때문에 강렬한 자극을 찾아다닌다.그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자신의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데에 있다.
'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姚尧 저)'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인 '감정무능'에 다룬 글이 있다.
'감정 무능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일반인은 낯선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을 보면 차마 보지 못하고 힘들어하며 손에 땀이 나고 혈압이 상승한다. 하지만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그런 영상을 봐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 마치 하얀색 화면을 보는 듯하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을 감추는데 전문가적인 특징이 있어 아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것이 특징이다. 소설 속 사이코패스 역시 주변의 평판에 매우 신경 쓰면서 아내인 그레이스를 통제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녀는 기르는 개처럼 잭이 주는 음식(며칠에 한번)만 먹을 수 있으며 모든 행동을 통제받는다.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원인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 밀리가 있기 때문이다. 동생을 책임지고 사랑하는 언니의 선의의 행동을 이용하는 악랄한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반전이 없는 답답함의 줄거리 속에 희망을 안겨준 것이 오히려 동생 밀리였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하게 읽혔다.
"나 잭 좋아해, 잭은 착해. 하지만 조지 쿠니는 싫어"
'조니 쿠니'라는 암시적 명칭이 주는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들의 지적 치밀함에 가슴이 뛰었고 이후 어떤 연대를 발휘할지 반전을 기대하며 읽었던 것 같다.
공포와 비명소리에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의 집이 있는 곳에는 '비하인드 도어'로 통하는 방이 있다. 외견상 너무나 아름다운 집 속에 창문 하나 없는 붉은 색깔로 가득한 방이다. 과장된 내용으로 조금 현실성을 떨어진단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충분히 시사적인 교훈이 포함되어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