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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길 잘했다

약속을 지키게 하는 방법


회사에 할 일이 잔뜩 밀려 있는데 친구들이 여행일정을 잡으면 무척 부담스럽다.

이번에는 빠졌으면 좋겠는데,

"같이 안 가면 죽음!"이라는 친구들의 협박에 출발 직전까지 무리를 거듭해서 겨우 함께 떠난다.

어떻게든 출발해서 차창 밖으로 흔들리는 풍경을 볼 때,

그제야 '그래도 떠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 그런 것 같다.

준비도 자신도 없지만 일단 함께 출발하고 나면,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中



기념일이나 생일이 오면 남편과 아이들은 내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어온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가족과 함께 할 것 그리고 꽃과 케이크이다.  아이들은 각자 나누어 꽃과 케이크를 분담한다. 천안에서 부랴부랴 큰애가 케이크를 들고 올라오고, 작은애는 꽃다발을 집으로 배달시킨다. 나는 집밥을 정성껏 차린다.


너무 소박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큰애가 영국으로 포닥생활을 할 때도 깨어있을 시간을 골라 페이스톡을 켜서 마음거리를 확인하며 촛불을 껐다.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로서로 의논하며 합심했다.



모르던 남녀가 결혼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아이들을 낳아 키운다는 사실을 나는 책임감으로 느꼈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들어 놓은 환경에 지극히 영향을 받고 자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사고를 키우고 자신의 삶을 꿈꾼다. 그곳에서 나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자라길 바랐다. 나는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결혼한 지 33년이 되었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내를 위해 가까운 용산공원 산책길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곳이다.  어슬렁 거리는 발걸음, 느긋함을 안겨주는 안정스런 꽃향기가 미소를 짓게 한다.  가족들은 나의 의도를 파악한 듯하다.  남편이 환갑이 된 올해에 이르러서야 나는 숨겨진 욕심을 꺼낸다.  


"너희가 결혼하면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하자.  일 년에 엄마아빠 기념일은 물론이고 너희들이 꾸린 가족들의 기념일과 생일까지 모이는 거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오랫동안 지킨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쉽지 않으면 그마져도 지킬 수 없다. 그것은 습관이 되어야 하고, 내 품성으로 자리 잡기까지 견뎌야 하는 인생의 숙제와도 같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합창하듯 약속을 해줬다. 결혼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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