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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

'내가 재벌이 되겠다'하는 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욕심은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때 하는 말입니다.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데 공부는 하기 싫다, 실력은 안 되는데 성적은 잘 받고 싶다, 이런 것이 욕심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욕심인지 욕심이 아닌지의 기준은 간단합니다. 그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때 좌절하고 절망하면 그것은 욕심입니다. 그러나 안 되었을 때 '이래서 안 되네, 저렇게 해볼까?', '어, 이것도 안 되네, 요렇게 해볼까?'

이렇게 탐구하면 아무리 큰 목표를 세워도 그것은 욕심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대부분 욕심 때문입니다.



- 법륜스님



"가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요. 영국에 있을 땐, 과연 한국에 돌아가면 내 자리가 있을까 막막했었거든요.."



명절도 아닌 기간에 연휴가 끼면 뜻밖에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신이 난다. 남편은 고향의 선산일이 예약되어 논산으로 향하면서 떨어져 있는 아들을 매일 걱정하는 나를 천안에 떨구고 내려갔다.


용석이가 천안에 정착한 지 벌써 9개월이 돼 간다. 영국에서 포닥으로 있으면서 화상면접을 본 곳에서 운 좋게 전임교수로 발령나 한국으로 돌아왔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아파트를 계약했고 살림살이를 채워주면서 엉겁결에 용석이는 독립을 했다. 영국에서도 혼자 있던 녀석이라 한국에 돌아오면 집밥을 실컷 먹여주리라 다짐했던 나로서는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큰 애는 침착하고 외부의 스트레스를 묵묵히 견디는 성격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아들의 성품으로 이뤄낸 결과물이 대부분이었다. 인생은 장기 레이스를 뛰는 과정이기 때문에 억지로 우기거나 편법을 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지루함이기 때문이다.


용석이는 2010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병역특례로 연구원 근무까지 총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박사졸업까지 총 15편의 국제학술지(SCI impact)를 냈고, 그해 바로 영국 UCL로 포닥과정 2년 6개월을 견디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짧은 이력줄이지만 수많은 인고의 점들이 숨어 있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난 그곳은 초기 코로나로 창궐하던 영국이었다. 무시무시한 코로나 확산에도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영국시민들을 보도로 접하면서 혹여 아시안인이라고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까 염려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국포닥 생활기간 동안 계획대로 논문이 나오질 않자 무던하던 용석이 얼굴에도 비쳤던 초조함이 떠오른다.  왜 안 그렇겠는가.  한국에서 같은 아이대의 친구들은 버젓이 직장을 잡고 사회생활을 하는 소식이 자신의 처지와 비교가 되었을 텐데..


하지만 인생은 누구와 비교해서 자신을 낮출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으며 우회로를 찾는 지혜를 찾다 보면 좋을 거라고 다독여 줬었다. 인생은 차근차근 쌓아가듯 나가가는 길이니까.


살면서 확신을 주는 일은 사실 고통스럽다.  그 한마디를 믿고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 안에서 곡괭이질을 하기 때문이다. 끈기와 노력, 그리고 인내가 없다면 이뤄낼 수 없는 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나는 정약용선생의 '당구첩경법(當求捷徑法)'이란 말씀을 되새겼다. 직역하면 '마땅히 지름길을 구하라'라는 말이다.


그 말은 요령껏 빠른 길을 찾으란 소리가 아니라 더뎌 보이는 길이 알고 보면 지름길 이란 뜻이다. 단계를 밟아 차근차근 규모를 세워야 갈림길에서 헤매지 않고, 덤불 속에서 방황하지 않고, 돌밭에서 목마르지 않다. 말 그대로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것을 모두들 알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또한 어렵다.  당구첩경법은 당연히 이해되지만 끈기와 노력, 그리고 인내가 없다면 이뤄낼 수 없는 과정이다.


아직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강의준비와 논문준비로 너무너무 바쁜 용석이지만 얼굴은 그 어떤 때보다 활기차 보여 안심이 된다. 아들이 일하는 교정과 사무실을 구경하다 이쁜 카페에 들러 아들은 일을 하고 나는 맘먹고 들고 간 신간책을 읽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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