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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보면 알겠지만..

겪지 않고도 행복을 선택하기를..



겪어보면 안다



-김홍신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것을.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것을.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것을.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가장 큰 재산인 것을.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것을.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 것을.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것을.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게 행복인 것을.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것을




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능력이길래 누름돌처럼 무거운 겨울을 제거할 수 있겠나.  어떤 힘을 썼길래 우리는 무장해제된 사람이 되고 번도 만난 없는 상춘객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연인들은 쉽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할까.  힘차고 완벽한 계절이라고 찬양할 수밖에 없다.



일요일 정오즈음 가까운 서울대공원으로 발길을 향했다.  아직 봄꽃들이 만개하지 않았을 테지만 양지바른 곳 힘 좋은 나무들의 기운을 믿었다.  대공원 입구주차장은 일찌감치 채워져 있었고 돌아 돌아 서울랜드 쪽에 간신히 차를 세우고 봄나무들을 드디어 만났다.



서울대공원 내에 더 이쁘고 특별하게 조성된 테마공원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걸은 것 같다.  넓고 편안한 대지의 입김을 품고 일어서려는 새순의 몸부림과 꽃나무들의 속삭임들이 귀를 간지럽혔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듯 꽃나무들에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았는데 은은한 봄바람이 쏙 들어와 웃음이 터졌다.  



한가로웠다.  한가로움은 어떤 시간과도 바꿀 없는 재산이라는 말이 있다.  한가로움을 즐길 있는 사람은 한가하기만 사람이 아니다.  속의 성실이 제대로 된 한가로움을 즐길 있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속상해하지 말물줄기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즐겁게 있다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이른.



우리는 자연의 변함없는 태도를 통해 삶의 섭리를 배운다.  인간은 많은 생명체를 지배하며 살지만 결국 인간도 동물이란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자연은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하고 군집을 이루고 평화로운 생을 살다 사라진다.  



우리 인간도 인간적 의무를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짝을 찾고 사랑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연스럽고 성스러운 인간적 의무다.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싶지 않고 불행에 지레 겁먹고 이기적으로 사는 것을 선택한다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다.



우리가 봄마실을 가서 잊지 않고 챙겨 올 행복의 가치관이다.  우리는 아프게 겪지 않고도 행복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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