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면의 결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
미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은 미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준 작가로 유명하다. 이 책은 '마크 트웨인 걸작선'이라는 표제와 걸맞게 각기 다른 소재로 그려진 총 다섯 편의 중. 단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문학작품의 특징이라면 사회비평가로서 당대 미국 정치와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제국주의를 은근한 돌려 까기 식으로 비판한 '유머와 해학'의 비유라 꼽을 수 있겠다. 게다가 독자의 이해도를 한껏 높이는 스토리텔링의 구성요소인 메시지, 등장인물, 갈등, 플롯 등 인과관계를 따라 전개되는 조화로움이 완벽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걸작소설로 '톰 소여의 모험', '왕자의 거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 같다. 그는 아동이 읽는 소설 속에서도 인종차별과 제국주의 기독교 근본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꼬집는 현실적 해학(諧謔)은 주로 인간의 탐욕과 위선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가면이다. 수록된 중 단편소설들 역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마크 트웨인 특유의 반어와 풍자를 한껏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표제로 선정된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이라는 작품은 집필한 지 125년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미공개 작품이라 흥미롭다.
소설 속 배경들은 19세기 미국으로 산업자본주의 단계로 접어드는 단계였다. 자유시장경제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유럽 수준의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기회를 선점하려는 인간 본연의 탐욕과 이기심이 욕망으로 미국 전역이 물들어 있었다. 사람은 터득한 지식과 경험한 만큼 세상을 알아간다. 그는 불우했던 가정사와 사회에 대한 회의감은 지성인의 한 사람으로서 시대적 흐름과 동반해 작품 속에서 인간의 탐욕을 풍자와 해학을 담아 한껏 비웃게 된다.
소설에 수록된 다섯 편 모두 유사한 내용이지만 자본주의 유혹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는 물질의 유혹 앞에서 정직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인간의 민낯을 가볍게 보여주고 있다. 정직함을 모토(Motto)로 삼고 있는 '해들리버그'라는 마을을 설정한 것도 그 의도다. 자본주의가 욕망을 먹고 자라듯이 소비의 쾌락을 맛본 사람들은 욕망의 노예가 된다는 이야기다.
'100만 파운드 은행권' 역시 자본주의 힘(권력)을 여실히 보여준 소설이다. 요트를 타다 조난당한 주인공은 영국런던으로 흘러가게 되고 내기를 좋아하는 영국노인들에게 걸리게 된다. 노인들은 영국정부에서 발행한 100만 파운드 은행권을 조난당한 미국인에게 쥐어주고 30일 동안 굶어 죽느냐 마느냐에 내기를 건다. 사나이는 30일 이후에 살아남는다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제안을 받는다. 예상대로 사나이는 100만 파운드를 한 푼도 건들지 않고 오히려 재산을 늘리고 평생 반려자까지 얻게 된다. 자본주의 힘 앞에서 한 없이 비굴해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돈만 있다면 사회적 상위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허상의 가벼움을 보여준다.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은 인간의 탐욕의 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전형적인 작품과 달리 정교한 플롯을 보여주는데 뻔한 결론을 예상하게 만드는 기존 작품들과 달리 탐정소설과 유사한 전개가 흥미롭게 읽힌다.
간단하게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하나밖에 없는 딸의 행복보다도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보내려는 시골 농부의 탐욕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결정이란 오로지 부의 척도에 만족할 때뿐이다. 그는 딸(메리)이 사랑하는 청년(휴)의 아버지가 그나마 재산이 있기 때문에 허락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백작 일지도 왕의 후손일지도 모르는 나그네의 등장으로 인해 결혼상대자를 나그네로 바꾸게 한다. 사랑하는 애인과 새로 등장한 나그네 사이에서 갈등하는 딸의 심경도 이해 못 할 상황극처럼 읽힌다. 농부의 결정에는 사이가 안 좋은 자신의 부자인 형의 이유도 있었다. 그의 형이 유산을 자신의 딸로 지목했다는 사실과 형이 딸의 애인(휴)을 싫어한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갑자기 형의 미스터리한 죽음이 발생하고 범인은 '휴'로 지목된다. 빠른 재판과 처형일이 잡히게 되는 게 마침 그날이 백작 와 딸의 결혼식날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결혼식 당일날 진짜 범인은 백작으로 판명되고 결혼식 상대는 원위치된다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억지로 지어낸 막장 스토리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크 트웨인인 특유의 비판적 해학을 이해하면 이 정도는 가볍게 이해할 수준이란 생각마저 든다.
마크 트웨인의 우화적인 작품을 재미있게 읽고 나면 씁쓸한 뒷맛 나는 여운을 감추기 어렵다. 세상에 대한 비판이 펜이라는 공격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조적인 쓴 맛은 어찌 보면 인간탐욕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은 뚜렷한 주제와 올바른 판단의 확립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청소년기 아이들이 읽고 독서토론 주제로 삼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기 전에 삶의 기초적인 가치관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반면교사만큼 훌륭한 메시지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