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왜 사람이 행복에 그토록 중요할까? 뇌의 행복 전구가 켜지는 것은 개가 서핑을 하도록 만드는 새우깡과 비슷하다. 뇌는 우리의 행복에 일말의 관심도 없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도록 하기 위해 뇌는 설계되었다.
심리학에 '진화론적 관점'이 확산되면서부터 '왜'라는 질문이 등장했다고 한다. 왜 인간은 귀여운 아기들에게 무장해제되는가? 왜 인간은 험담을 좋아할까? 왜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은 다를까?
인간은 의식적으로 생각한다는 우월적 사고방식이 인간의 삶에 '행복추구'라는 종착지로 설정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관념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이라는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였고, 행복이라는 최고의 '선'을 추구하기 위한 고차원적 존재로 인간을 격상시켰다.
심리학 분야에서 오랜 시간 '행복 연구'를 하고 있는 서은국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다윈의 진화론을 연구하며 깨달은 '행복'의 기원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굉장히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낸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짚어냈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일 뿐
동물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산다. 확고하다. 꿀벌이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살기 위해 꿀을 모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모든 창의성, 도덕성, 마음의 산물들 모두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도구'일 뿐이다. 인간은 동물과 질적으로 다른 고차원적 존재가 아니고 그동안 몽상에 빠져 있었다며 고고함을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진화론과 뇌과학의 증거를 토대로 심리학자가 내놓은 결론에 눈이 커진다.
저자는 쥐의 학습행동 연구실험에서 자극을 받았던 장소에 계속 머물며 자극에 도취하는 행동에서 발견한 '시상하부' 이야기를 예시로 든다.
뇌과학 교양도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상하부'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위로 확인되었다. 인간의 생리적 욕구를 조절하는 중요한 뇌 부위다. 인간의 모든 쾌감(식욕, 성욕, 다양한 욕구)의 정체였던 '시상하부'는 도파민 보상 시스템과 연계되어 쾌락을 조절하는 부위다.
저자는 인간의 행복은 개가 서핑을 하도록 만드는 새우깡과 같다고 말한다. 개는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동물이지만 새우깡을 좋아하는 '쾌감'이라는 행복으로 유혹하면 훈련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고 급기야 서핑까지 가능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다.
당연하게도 생존행위는 반복적이다. 그러나 하나의 복병이 있으니 '강력한 적응'이다. 알다시피 '행복'이라는 쾌감은 지속적이지 않다. 12년을 공부하고 원하던 대학에 입학해도 4년 내내 행복하지 않듯이 행복이란 감정은 강도가 지속되지 않는다. '행복의 정복'을 쓴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에 대해 오죽하면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을까.
우리가 복권에 당첨돼도 오랫동안 기쁘지 않고,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권태가 오는 것은 모두 행복에 대해 과대평가한 대가이며 강력한 적응 탓이다. 다행스러운 위안이라면 불행도 마찬가지란 점이다. 불행도 영원하지 않다. 이를 일찌감치 알았을까. 프랑스의 사상가 '라 로슈푸코'는 400년 전에 이미 '우리는 상상한 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행복의 기원을 찾아낸 연구자 덕분에 우리는 삶의 이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도 진실임을 알았다. 우리는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긍정적 정서를 자주 마련하며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은 폭넓은 관심(연구, 취미, 모르는 분야 탐구)과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이라 조언했다. 그의 삶 자체를 펼쳐보면 수학, 철학, 사회 비평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말년까지 왕성한 지적 활동을 펼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98년 생애동안 4번의 결혼 생활을 할 만큼 사랑꾼이기도 했다. 내가 존경하는 분을 말을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연한 사고, 다양한 경험이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고급 생존행위다.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예컨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먹는 순간이다. 오늘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면 행복하게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