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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사두의 나라, 인도


인도의 주택 사정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다가, 아직 가지 7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고 있지 않으며, 20퍼센트는 길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집 없이 방랑하는 한 사두를 만나, 그 기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가 말했다.


"물론 그 신문 기사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는 95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고 있다. 집과 사랑하는 이,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는 그대도 잘 알 것이다. 그대가 아무리 좋은 집을 갖고 있다 해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가 말하는 '사랑하는 이'란 다름 아닌 신이었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 닥치면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극복하려 노력한다. 외부의 힘으로 구원받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책에서 답을 찾는 사람도 있다. 류시화 시인은 그 답을 찾으러 인도를 해마다 찾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도에서 찾은 그만의 행복의 답이다.



인도는 명실공히 '사두들의 나라'라고 한다. '사두'란 일단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도승과는 다르며 일생을 고행의 생애를 보내는 요가 행자들을 의미한다. 시인 류시화 씨가 인도를 찾는 구체적인 이유는 사실 수행자 사두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인도처럼 다양한 신을 모시는 나라도 없을 것이고, 다양한 동물(원숭이, 낙타, 소 등등)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지저분한 위생관리로도 유명한 나라, 지난 코로나 사태에 예외 없이 피해가 큰 나라기도 하다.



책에서는 성스러운 물이 흐른다는 인도의 갠지스강을 숭배시하며 신격화로 묘사된다. 갠지스강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으로써 그들은 갠지스강물에 몸을 담금으로써 죄를 씻기도 하고 또한 해탈의 경지로 이른다고 믿고 있다. 전통 힌두교의 의식에 따라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여 유해를 갠지스강에 뿌려진다. 많은 인도인들이 그곳에서 수행의 묵상을 한다.



신을 믿고 갠지스강의 성스러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인도인들. 그리고 사두들의 나라. 저자는 젊은 날, 끝없이 밀려드는 허무와 본질에 대한 갈망의 답을 찾으러 수많은 영적 스승들을 만나기도 하고 명상 센터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찾기 위해 막다른 결론으로 수행의 본고장 인도를 찾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깨달음은 수행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찾아 방황하는 그 순간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 순간순간의 삶이다.



우리는 흔히 미루는 심리로 '다음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가 깨달은 핑계의 그 말 '다음'에 대한 얘기가 오래 남는다.



내가 식당 문을 나서며 "또 봅시다!"하고 인사를 하자, 그가 얼른 되받아쳤다.


"그렇게 말할 때마다 신이 미소 짓고 있는 게 보이지 않소? 우리가 내일 보게 될지 다음 생에 보게 될지 어떻게 알겠소?"




인도는 문명에 익숙한 여행자가 바라보면 비위생적이고 낙후되고 괴짜의 나라로 보인다. 하지만 한낱 자연의 한 부분인 인간이라는 낮춤으로 바라보면 더없이 순수하고 부끄러워지는 나라다. 저자는 장애물 높이뛰기 같은 인도를 이렇게 말한다.



인도는 내게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 세상을, 사람들을, 태양과 열기에 들뜬 날씨를, 신발에 쌓이는 먼지와 거리에 널린 신성한 소똥들을. 때로는 견디기 힘든 더위와, 숙소를 구하지 못해 적막한 기차역에서 잠들어야 하는 어두운 밤까지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것은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내가 누구이든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여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였다.



신을 믿는 나라. 전생을 믿는 나라. 자신이 부처라고 믿는 나라.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나라다. 우리가 멋진 여행지를 다녀오면 건축물과 음식과 화려한 서비스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인도는 다르다. 수많은 사두들과의 대화가 머릿속에 채워져 오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입니까?"
내 질문에 한 사두가 말했다.
"네가 아닌 것을 하나씩 전부 부정해 나갔을 때 최후에 남는 것, 그것이 진정한 너 자신이다."





<지구별 여행자_ 류시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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