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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직선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하나의 긴 행진으로 보고, 힘을 키워나가다가 서서히 젊음의 아름다움을 잃고 그 힘을 내려놓는 과정이라 여긴다. 이것은 잔인한 거짓이다.  삶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처럼 구불구불하다. 한창 울창해지는 계절이 있는가 하면, 잎이 떨어져 나가서 앙
상한 뼈를 드러내는 계절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잎은 다시 자라난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책 제목만으로도 우리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책에서의 '겨울'은 '윈터링 wintering'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의미가 뼈아프게 전달된다.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견뎌내고 직시하면서 그 추운 겨울을 살아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말 그대로 고통이다.  어떤 사람은 견디지 못해 극한 결단까지 내리기도 한다.  놀랍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선택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저자인 '캐서린 메이'는 마흔 번째 생일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이유 없는 불행이 연이어 찾아온다.  그녀는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직장을 다닐 수 없었고, 남편은 갑자기 맹장염이 터졌다.  거기에 아들마저 등교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아, 그녀는 직감한다. 윈터링이 왔음을..


그녀는 학창 시절 심한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 과정을 홀로 견뎌왔기에 이겨낼 수 있었을까.  만약 나에게 그녀의 불행이 맞닿았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다.   참으로 현명하고 차분하고 담담한 그녀의 사고와 행동은 감탄과 함께 긍정적인 시야로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차분한 사색은 고통스럽고 고립되고 차가운 공기 중에 서있을 때 우뚝 선다.  그녀는 차가운 북유럽국가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연 속에 동식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윈터링을 견뎌낸다.  그리고 깨닫는다.  '겨울'은 우리의 삶 속에서 쉬어가는 경계공간임을.  하지만 우리들은 어떠한가.  모든 시간이 멈추고 아웃사이더가 되어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괴로워할 뿐이다.


내가 저자를 달리 보게 된 부분은 아들에게 닥쳐온 윈터링(등교 거부)에 대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사회적 시야, 자식의 미래를 위한 자격 조건을 위해 추궁하지 않고 함께 두려움 속으로 들어간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학창 시절 속에서 학교생활의 불만은 인내심만으로 극복하기엔 부당함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녀는 아들을 학교로 내모는 것은 자식을 망가뜨리는 것이라 판단한다.


행복이 하나의 기술이라면, 슬픔 역시 그렇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거치면서, 혹은 힘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슬픔을 무시해야 한다고, 책가방 속에 슬픔을 쑤셔 박아놓고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는 때때로 그 또렷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윈터링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  그것은 슬픔을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의 요소로서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우리의 경험 중 최악의 경험을 응시하고, 최선을 다해 그것을 치유하고자 애쓰는 용기다.  윈터링은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칼날처럼 첨예하게 느끼는, 직관의 순간이다.



슬픈 감정을 위로받으며 사는 것은 그 어떤 특효약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마음의 의지는 그만큼 값어치가 있다.  삶은 숲을 통과하는 여정처럼 구불구불한 거니까.  잎이 떨어져 앙상한 뼈를 보이는 나뭇가지로 보이지만 그 앙상한 나무의 뼈대 속에는 비닐잎의 도움으로 봄을 기다리는 잎눈이 있다.  스스로 이겨낼 힘은 윈터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책은 힘든 시기를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우리가 바로 읽어야 할 위로 시간이 될 듯싶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_ 캐서린 메이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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