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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순자

배우면 언제든지 이전보다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무릇 사람의 본성은 요임금이나 순임금, 걸왕과 도척이 모두 같다. 군자나 소인이나 본성은 한 가지다. 하늘이 제나라와 노나라 사람들에게만 사사로이 예의를 지키는 본성을 주고 진나라 사람들은 제쳐 놓은 것이 아니다. 진나라 사람들은 감정과 본성에 따라 멋대로 성나는 대로 행동해 예의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어찌 그들의 본성이 다르겠는가? 작위가 쌓여 예의가 된 것을 가지고 사람의 본성이라 하겠는가? 걸왕과 도척 그리고 소인들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의 본성을 따르고 감정을 쫓아서 멋대로 성내고 이익을 탐하고 다투고 빼앗기 때문이다.



<성악 편 9장> 中



<오십에 읽는 논어>의 저자 최종엽 씨가 새롭게 출간한 <오십에 읽는 순자>다.  그는 미래가 안정적이라면 공자를 읽고 불안정하다면 순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가 인(仁)을 설파했지만 전국 시대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끊임없는 전쟁이 극에 달한 전국 시대 말에 활동한 순자는 기존의 유학으로 아무리 설파해도 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적 통치이념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순자>는 대부분 순자가 직접 썼으며 공자의 학문을 계승한 학자로 맹자와 쌍벽을 이룬다. <논어>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와 군자의 길을 밝혔다면, <순자>는 추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예와 학문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가 학창 시절 외웠던 성악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인가. 성악설은 단순히 사람의 본성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순자가 설파하는 성악설은 모르기에 죄를 짓게 되는 것이고, 모르기에 예의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작위>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배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학습이다.  순자는 공자와 마찬가지로 예의를 강조했고 또한 학이시습, 즉 학습을 중요성을 끊임없이 설파했다. 순자는 공자의 말씀을 현실적으로 풀어 전파한 학자라 할 수 있다. 결국 공자가 말한 덕치를 실현하기 위해 성악설을 제시한 셈이다.


<오십에 읽는 순자>를 통해 알게 된 순자는 꽤 현실적인 인물이었다.  전쟁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에게 인식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것은 바로 배움(청출어람)이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독자들에게 순자를 해석하는 방법은무엇일까. 저자는 오십이라는 불안정한 중년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밖으로 내쫓긴 막막한 오십이라는 집토끼를 순자 앞에 세운 것이다.  조직에서 쳇바퀴 속 부품처럼 일만 하면 따박따박 급여가 나왔지만 은퇴 후부터는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불안한 오십이다.


순자는 당시 공자의 말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과감히 현실을 감안한 유학적 통치 이념과 방법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당시는 '하늘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라고 믿었지만 순자는 인간의 운명은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배움을 통해서 최고의 성군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권학 편>에 나오는 '청출어람'은 학습을 한다면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인생에 빗대면 '배우면 언제든지 이전보다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오십은 인생의 전국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에 하던 모든 습관과 일들이 낭비였다는 소리가 아니다. 이전까지 가족을 위해서 또는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아왔으니 새롭게 삶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가 도래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십은 새롭게 배워도 늦지 않은 딱 적당한 나이가 아닐까. 순자는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다리기보다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움직이는 편이 좋다'라고 말했다.  고민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며 얻어질 행운은 어디에도 없다.  다시금 읽어보는 저자의 청출어람의 풀이는 그래서 더 뜻깊다. 이를 인생에 빗대면 언제든지 이전보다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묻지도 않았는데 마구 이야기하는 것을

시끄럽다 고 하고

하나를 물었는데 둘을 이야기하면

잘난 체한다 고 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상황에 알맞게 행동하느니라.


듣지 못한 것은 듣는 것만 못하고

듣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

하는 것은 행동하는 것만 못하다.


무릇 배우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지식을 쌓는 목적은

그것을 실제로 활용하여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의를 행하고 그다음에 이익을 좇는 자는 성공한다.


푸른 물은 쪽에서 나오지만 쪽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만들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다.

나무가 곧다고 해도 굽히면

능히 수레바퀴를 만들 수 있다.

하늘은 인간을 지배할 수 없으며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오십에 읽는 순자 / 최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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