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인공은 고난과 저주 속에서도 일어선다
인생을 오래 살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불행이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 단절이 있다. 바로 우리의 생계책임자인 남편들이 50세 전후가 되면 가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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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것이라는 점과 생계책임자인 남편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정작 놀라야 할 것은 그것에 대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우리 자신이다.
본문 中
김미경 씨의 강연을 시간이 날 때면 자주 듣고 있다. 그녀의 강연은 군더더기 없는 직설법이라 그런지 나약한 생각으로 어깨가 처질 때 들으면 힘을 받고 많은 위로를 느낀다. 무엇보다 강연의 본체가 그녀가 직접 부딪치고 깨닫고 스트레스를 추억으로 말하는 승리감들이 그런 것 같다. 책 제목부터 콧등이 시큰해진다. 꿈이 있는 아내라니..
여자에게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은 결혼 전에만 가능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여자의 일생은 결혼과 동시에 신속하게 처지가 바뀐다. 남편 등 뒤에 서 있는 거대한 시월드와 티 안나는 육아와의 전쟁 때문이다. 전업맘이 되어 육아를 전담하는 순간, 그녀들은 사회적 유폐를 당하고 오로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사회적 요구의 틀 안에 갇히게 된다.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한 들, 여자 본연의 삶까지 챙겨주는 여유는 없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이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진보되지 않은 사회적 인식과 틀 안에서 서서히 꿈을 잃어가는 아내들..
나는 근 30여 년을 남편과 동일하게 직장을 다니다 거의 동시에 남편과 함께 퇴직을 했다. 내가 직장을 다닌다고 해서 집안일, 아내일, 육아일을 제외받는 특권은 없었다. 직장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퇴근 무렵엔 저녁반찬 걱정을 해야 했다. 직장에선 양성평등제도에 불이익을 감수하며 일해도 '네가 좋아 직장을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어이없는 시어머니의 해석까지 감내하며 일해야 했다. 그때는 편안한 미래를 위해 다녀야 한다고 반복하며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좋은 결심이었다. 김미경 씨의 말처럼 스트레스도 추억이 되었다. 그때는 정말 죽을 것만 같던 일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된 것이다.
이 책은 전업맘을 선택하고 내조와 육아, 시월드의 요구에 부흥한 아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사실감 있는 조언과 삶의 지혜를 주고 있다. 전업맘으로써만 살다가는 언젠가, 아니 멀지 않은 50대 즈음에 재기하기에도 부족한 퇴직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어떻게 맞이할 것이냐는 것이다. 남편은 영원한 생계부양자가 아니란 사실을 몇 번이고 강조한다. 맞벌이의 장점은 소득의 안정성일지만 집안일에 대한 부실함은 어쩔 수 없이 서로 감내해야 할 무거운 짐이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면서도 집안일에 대한 남자의 생각은 여자와 사뭇 다르다. 일테르면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집안일에 대한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여자가 남자보다는 월등하지만 맞벌이를 하면서까지 책임의 비중이 여자가 크다면 얘기가 다르다.
저자 김미경 씨는 육아에 대한 책임감으로 전업맘을 선택했다면 안주하지 말고 '꿈'을 잠시 유예했다고만 생각하라고 권한다. 남편의 소득을 알뜰히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라고 강조한다. 그녀가 권했던 '5:1:1:3법칙'은 눈여겨 볼만하다. 미래를 위한 저축(5), 생활비(3), 교육, 책(1), 보상(1)이라는 규칙인데, 조금 조율을 하더라도 썩 좋은 배합이다. 지출을 줄이는 것 또한 소득이란 생각을 하자. 자신을 위한 교육, 책(남편의 소득의 10%)이 누적되어 자신의 꿈을 이룰 능력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옆집 아줌마의 쇼핑 가이드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최악의 시간소비다.
사실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생계책임에 대한 무게감이 엄청나다. 그럴 때 아내가 함께 짐을 들어주면 상당히 고마운 마음이 들 것이다. 인생이라는 배에 같이 탑승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누구의 희생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책임과 의무를 나누는 자세가 결혼과 동시에 서로 결심처럼 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부모가 되어 지켜주고 보살펴줘야 한다고 본다.
책 속에는 아내의 역할, 남편의 역할, 육아를 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아내 스스로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이유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좋은 얘기들이 많아 안 읽으신 분들이 있다면 추천드리고 싶다. 이 책은 의외로 남편들이 아내들에게 선물로도 많이 해준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이제 나도 중년이 되니 인생의 호된 매질들이 당시에는 너무 힘들고 아팠지만 그로 인해 성장하고 진짜 나의 실력과 순발력이 발휘된 계기가 되었단 생각이 든다. 인생의 주인공은 고난 속에서 발휘되고 빛나는 법이다.
이 세상에서 인생을 멋지게 성공적으로 살아낸 사람은 늘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 저주 속에서 끝까지 인내하고 파헤쳐서 행복의 실마리를 찾아 행복을 만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