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橘(병귤) 병든 귤(五言古詩)
숙종 상원 2년(761), 초당에서 지음. 병든 귤을 접하고 안타까워하는 한편 통치자가 구복을 채우고 미각을 충족시키느라 과도한 공납으로 백성을 괴롭히는 행태를 풍자하였다.
羣橘少生意(군귤소생의) 귤들이 생기를 잃어버렸으니
雖多亦奚爲(수다역해위) 비록 많다한들 어디에 쓰리?
惜哉結實小(석재결실소) 안타까워라! 열매가 자잘한데다
酸澀如棠梨(산삽여당리) 시큼하고 떫기가 돌배와 같네.
剖之盡蠹蝕(부지진두충) 잘라보면 죄다 벌레가 먹었으니
采掇爽所宜(채철상소의) 따기에 적당한 때를 못 맞췄구나.
紛然不適口(분연불적구) 퍽퍽하기만 해 입에 맞지 않는데
豈止存其皮(기지존기피) 어찌 그 껍데기인들 남겨두리.
蕭蕭半死葉(소소반사엽) 반쯤 죽은 이파리엔 바람이 부나
未忍別故枝(미인별고지) 차마 옛가지를 떠나지 못하는구나.
玄冬霜雪積(현동상설적) 겨울이라 서리와 눈이 쌓였으며
況乃廻風吹(황내회풍취) 게다가 회오리바람이 불어온다네.
嘗聞蓬萊殿(상문봉래전) 예전에 듣자니 봉래전에서는
羅列瀟湘姿(라렬소상자) 소상에서 난 귤이 즐비했다네.
此物歲不稔(차물세불념) 이 물건 해마다 제대로 익지 않으면
玉食失光輝(옥식실광휘) 진수성찬도 빛을 잃었다 하네.
寇盜尙憑陵(구도상빙릉) 반란군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니
當君減膳時(당군감선시) 임금은 찬을 줄여야할 시국이라네.
汝病是天意(여병시천의) 네가 병이 든 건 하늘의 뜻일 테지만
吾愁罪有司(오수죄유사) 나는 담당관리 죄줄까 염려가 되네.
憶昔南海使(억석남해사) 옛날 남해의 사자를 떠올리나니
奔騰獻荔支(분등헌려지) 화급히 말달려 여지를 헌상하였지.
百馬死山谷(백마사산곡) 많은 말들 산골짝에서 죽어났기에
到今耆舊悲(도금기구비) 지금도 노인들은 슬피 여기고 있네.
* 당리(棠梨) : 야생의 돌배. 열매가 작고 시다.
* 상(爽) : 잃다. 여기서는 때를 놓쳤다는 뜻.
* 존기피(存其皮) : 귤껍질은 약재로도 쓰였음.
* 봉래전(蓬萊殿) : 장안의 궁전 이름. 본래 이름은 대명궁(大明宮)임.
* 소상자(瀟湘姿) : 호남성 소상 일대에서 산출되는 맛 좋은 귤.
* 옥식(玉食) : 맛나고 귀한 음식을 비유함.
* 구도(寇盜) : 안사 반군을 가리킴.
* 감선(減膳) : 재난이 발생하면 임금이 음식 가짓수를 줄여 근심하는 뜻을 드러내는 관습이 있었음.
* 죄유사(罪有司) : 유사는 각지의 특산물을 조정에 공납하는 담당 관리를 가리킴. 이 구절은 유사가 벌을 받으면 더욱 백성을 괴롭힐까 염려한 것임.
* 남해사(南海使) : 남해에서 진상을 담당하는 사자.
* 여지(荔支) : 양귀비가 여지를 좋아해 남해에서 수확한 여지를 상하지 않게 신속히 궁중으로 이송하였음.
* 백마(百馬) : 여지를 수송하던 말들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