陪李北海宴歷下亭(배이북해연역하정) 북해태수 이옹을 모시고 역하정에서 잔치하며(五言古詩)
현종 천보 4년(745년) 두보가 제남(濟南)에 있을 때 지은 시. 당시 두보는 두 번째로 제(齊), 노(魯) 지역을 유람하고 있었다. 이북해(李北海)는 북해군(北海郡 : 지금 산동성 靑州市 지역)의 태수 이옹(李邕)으로, 문학가이자 서법가로서 대단히 명성이 높았다. 두보 보다는 34세 연상이며, 2년 뒤 간신 이임보에게 밉보여 죽임을 당했다. 역하정(歷下亭)은 제주(齊州)의 대명호(大明湖) 가에 있는 누정으로, 역산(歷山) 아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시는 연회에 참석해 제남이 아름다운 풍경과 준수한 인물을 배출해낸 고장임을 밝힌 뒤 이옹에 대한 흠모의 정을 표하고 마쳤다.
東藩駐皁蓋(동번주조개) 북해 태수 타신 수레 머물러 있으니
北渚凌淸河(북저릉청하) 북쪽 섬에서 배로 청하를 건너 왔다오.
海右此亭古(해우차정고) 바다 서쪽의 이 역하정 유서 깊으며
濟南名士多(제남명사다) 제수 남쪽에는 명사들 많기도 해라.
雲山已發興(운산이발흥) 구름 산을 보노라니 흥취가 일고
玉珮仍當歌(옥패잉당가) 옥 패물 찬 기녀는 줄곧 노래를 하네.
脩竹不受暑(수죽불수서) 장대 숲 있어 더위가 느껴지지 않거늘
交流空湧波(교류공용파) 아우라진 물결엔 공연히 파도가 이네.
蘊眞愜所遇(온진협소우) 참된 멋 지녀 접하는 것마다 흡족하거늘
落日將如何(낙일장여하) 지는 해를 장차 어이 하면 좋으리!
貴賤俱物役(귀천구물역) 귀하나 천하나 다들 외물에 구속 당하니
從公難重過(종공난중과) 공을 따라 다시 찾아오긴 어려우리라.
* 동번(東藩) : 동쪽의 번국(藩國)이란 뜻으로, 북해군을 그에 비유한 것임. 북해군이 도성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으며, 태수는 옛날 제후에 비견되므로 동번이라 한 것임. * 조개(皁蓋) : 수레 위를 덮던 검푸른 색의 커다란 일산. 한나라 때 태수가 사용했음. 여기서는 태수의 수레로써 태수를 가리킨 것임.
* 북저능청하(北渚凌淸河): 북저(北渚)는 제주(齊州) 북면의 모래섬을 가리킴. 청하(淸河)는 강물 이름으로, 제하(濟河)라고도 함. 이 구절은 북해태수가 북쪽 청주(靑州)에서 제주(齊州)로 물을 건너온 것을 일컬은 것임.
* 해우(海右) : 방위를 가리킬 때 서쪽이 오른쪽에 해당함. 제주는 바다의 서쪽이므로 해우라 한 것임.
* 제남(濟南) : 제수(濟水)의 남쪽 지역을 가리킴. * 명사다(名士多) : 시의 원주에 “당시 읍인 건처사 등이 자리해 있었다.”(時邑人蹇處士輩在坐)고 되어 있음.
* 교류(交流) : 역수(歷水)와 낙수(濼水)가 함께 작산호(鵲山湖)에 유입됨을 가리킴.
* 온진(蘊眞) : 역하정이 참다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의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