兵車行 병거행(七言古詩)
현종 천보 11년(752)에 지음. 당시 당나라 조정은 영토 확장 정책을 시행하느라 대규모 징병을 실시하고 수시로 변경에서 이민족과 전쟁을 벌여 백성의 질고가 심화되었다. 이 시는 징집된 어느 병사의 입을 빌어 조정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고 있는데, 토번(吐蕃) 정벌이 시대 배경인 것으로 추정된다. * 행(行)은 악부시가의 체재 가운데 하나.
車轔轔(거린린) 수레바퀴 이잉이잉
馬蕭蕭(마소소) 말은 히잉히잉
行人弓箭各在腰 (행인궁전각재요) 출정하는 이들 각기 활과 화살을 허리에 찼네.
耶娘妻子走相送 (야랑처자주상송) 부모와 처자 뛰어가며 떠나보내니
塵埃不見咸陽橋 (진애불견함양교) 티끌 먼지에 함양 다리가 보이질 않네.
牽衣頓足攔道哭 (견의돈족란도곡) 옷 당기고 발 구르며 길 막고 통곡하는데
哭聲直上干雲霄 (곡성직상간운소) 통곡 소리 곧장 하늘까지 솟아오르네.
道旁過者問行人 (도방과자문행인) 길가를 지나던 이 출정하는 자에게 물었더니
行人但云點行頻 (행인단운점행빈) 출정하는 이 다만 말하길, "징병이 너무 잦다오."
或從十五北防河 (혹종십오북방하) 어떤 이는 열다섯부터 북쪽으로 황하 서쪽 방비하다가
便至四十西營田 (편지사십서영전) 마흔 되도록 서쪽 변경 주둔지의 밭을 일군다 하네.
去時里正與裹頭 (거시리정여과두) 떠날 때 나이 어려 이장이 대신 두건으로 머리 싸주었는데
歸來頭白還戍邊 (귀래두백환수변) 백발 되어 돌아왔다 다시 변경에 수자리 살러갔다네.
邊庭流血成海水 (변정류혈성해수) 변새에 흐르는 피는 바다를 이루었건만
武皇開邊意未已 (무황개변의미이) 무황은 변방 개척의 뜻을 그만두지 않는구나.
君不聞漢家山東二百州 (군불견한가산동이백주)그대 못 들었나? 한나라 산동의 이백 고을엔
千村萬落生荊杞 (천촌만락생형기) 수 많은 촌락마다 잡목만 자라나고 있음을.
縱有健婦把鋤犂 (종유건부파서리) 비록 건강한 아낙네 있어 호미 쟁기 잡는다한들
禾生隴畝無西東 (화생롱무무서동) 들쭉날쭉 밭에 벼가 자랄 뿐이라네.
況復秦兵耐苦戰 (황부진병내고전) 하물며 진땅의 병사는 힘든 전쟁 잘도 견딘다고
被驅不異犬與雞 (피구불이견여계) 개나 닭과 다름없이 내몰리는 신세로구나.
長者雖有問 (장자수유문) "어르신께서 비록 물으신다 해도
役夫敢伸恨 (역부감신한) 제가 감히 원망을 늘어놓을 수 있나요?
且如今年冬 (차여금년동) 또 올해 겨울만 하더라도
未休關西卒 (미휴관서졸) 함곡관 서쪽 주둔병들을 귀환시키지 않고 있지요.
縣官急索租 (현관급색조) 고을의 관리들은 화급히 조세를 독촉하지만
租稅從何出 (조세종하출) 조세가 어디로부터 나오겠나요?
信知生男惡 (신지생남오) 참으로 알겠으니 아들 낳는 것 좋을 것 없고
反是生女好 (반시생녀호) 도리어 딸 낳는 게 좋을 겁니다.
生女猶得嫁比鄰 (생녀유득가비린) 딸 낳으면 그래도 가까운 데 시집이나 보내지만
生男埋沒隨百草 (생남매몰수백초) 아들 낳으면 잡초 사이 묻히고 만답니다."
君不見靑海頭 (군불견청해두) 그대 보지 못했나? 청해 호숫가를
古來白骨無人收 (고래백골무인수) 예로부터 아무도 백골을 수습하지 않고 있다네.
新鬼煩寃舊鬼哭 (신귀번원구귀곡) 갓 죽은 귀신 원통해 하고 묵은 귀신 통곡하나니
天陰雨濕聲啾啾 (천음우습성추추) 흐리고 비 올 제면 흑흑 우는 소리 들려온다오.
* 린린(轔轔) : 의성어. 수레바퀴에서 나는 마찰 소리. * 소소(蕭蕭) : 의성어. 말 우는 소리.
* 행인(行人) : 출정하느라 길을 가게 된 사람.
* 간(干) : 부딪치다. 닿다. 미치다.
* 도방과자(道旁過者) : 작자 자신을 가리킴.
* 점행(點行) : 성명을 확인해 징병하고 종군하게 한다는 뜻.
* 하(河) : 하서(河西) 지방을 가리킴. 지금 감숙성, 영하 일대.
* 무황(武皇) : 한무제. 그로써 당현종을 지칭한 것임.
* 한가(漢家) : 한나라를 빌려 당나라를 지칭한 것임. * 산동(山東) : 화산(華山) 동쪽 지역을 가리킴.
* 형기(荊杞) : 가시나무와 구기자나무. 야생의 관목을 가리킴.
* 진병(秦兵) : 관중(關中)땅 출신 병사를 가리킴.
* 관서(關西) : 함곡관(函谷關)의 서쪽 지역. 즉 관중(關中) 일대를 가리킴.
* 청해두(靑海頭) : 청해의 주변. 당나라와 토번의 전투가 잦았음.
* 추추(啾啾) : 상상 속 귀신의 울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