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諸公登慈恩寺塔 여러 공의 '자은사탑에 올라' 시에 화운하다(五言古詩)
현종 천보 11년(752) 가을에 장안에서 지음. 제목 아래 원주에 “당시 고적과 설거가 앞서 지은 시가 있다.”(時高適薛據先有此作.)고 하였다. 제공(諸公)은 고적, 설거 외에도 잠삼(岑參), 저광희(儲光羲)를 가리킴. 장안 동남쪽에 있던 자은사는 당태종 정관 21년(647)에 훗날 고종이 된 태자 이치(李治)가 그 모친 문덕황후(文德皇后)를 위해 세웠다. 자은사 탑은 대안탑(大雁塔)을 가리키며, 고종 영휘 3년(652)에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玄奘)가에 세웠다. 제목의 ‘同’은 화답한다는 뜻의 ‘和’와 같은 의미이다. 이 시는 자은사 탑에 올라 조망하다가 시사에 유감이 있어 지은 영회시로서,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와 동란의 위기를 염려하는 뜻을 깊이 담아내었다.
高標跨蒼穹(고표과창궁) 새파란 하늘 너머 높다란 탑의 꼭대기
烈風無時休(열풍무시휴) 맹렬한 바람은 그칠 때가 없구나.
自非曠士懷(자비광사회) 진실로 광달한 선비의 가슴 아니면
登茲翻百憂(등자번백우) 여기 올라와 도리어 온갖 시름 사로잡히리.
方知象敎力(방지상교력) 바야흐로 불교의 커다란 힘 알게 됐으니
足可追冥搜(족가추명수) 고원하고 심오함 찾아 오를 수 있게 하였네.
仰穿龍蛇窟(앙천룡사굴) 위로 용뱀의 굴과 같은 탑을 뚫고 오르자
始出枝橕幽(시출지탱유) 나무기둥 지탱한 어두운 안을 벗어나누나.
七星在北戶(칠성재북호) 북두칠성은 북쪽 창으로 자리해 있고
河漢聲西流(하한성서류) 은하수는 서쪽으로 흘러가며 소리를 낸다.
羲和鞭白日(희화편백일) 희화는 채찍질로 태양을 재촉하는데
少昊行淸秋(소호행청추) 소호씨는 청명한 가을날을 가게 한다네.
秦山忽破碎(진산홀파쇄) 진산은 홀연 깨뜨려 부숴놓은 것 같고
涇渭不可求(경위불가구) 경수 위수의 맑고 흐림 분간할 수 없구나.
俯視但一氣(부시단일기) 굽어 보노라니 다만 혼돈의 기운
焉能辯皇州(언능변황주) 어찌해야 황제의 고을을 살필 수 있으리!
廻首叫虞舜(회수규우순) 고개를 돌려 순임금을 소리쳐 부르거늘
蒼梧雲正愁(창오운정수) 창오에 낀 구름은 정히도 시름겨워라.
惜哉瑤池飮(석재요지음) 안타까워라! 요지에서 술을 들고 있다니
日晏崑崙丘(일안곤륜구) 석양은 곤륜산에 저물어 가고 있건만.
黃鵠去不息(황곡거불식) 황 고니 끊임없이 떠나가고 있으니
哀鳴何所投(애명하소투) 슬피 울며 어느 곳에 가 의탁하려나?
君看隨陽雁(군간수양안) 그대 보시게! 볕이나 좇는 기러기들을
各有稻粱謀(각유도량모) 저들은 각기 쌀과 기장이나 꾀하고 있소.
* 상교(象敎) : 불교. 석가모니가 설법할 때 형상을 빌려 사람을 가르치기에 생겨난 말.
* 명수(冥搜) : 심오한 도를 탐구하다. 그윽한 곳을 찾다.
* 희화(羲和) : 전설 속 태양신의 수레를 모는 사람.
* 소호(少昊) : 가을을 담당하는 신.
* 진산(秦山) : 종남산(終南山)을 가리킴. 장안성의 남쪽 지역에 있음.
* 경위(涇渭) : 경수와 위수. 장안의 북부를 흘러가는 강물로 경수는 흐리고 위수는 맑음.
* 창오(蒼梧) : 호남에 있는 산 이름. 전설에 순임금을 창오(蒼梧)의 들판에 장사지냈다고 함. 여기서는 창오를 빌려 태종(太宗)의 소릉(昭陵)을 가리킨 것.
* 요지(瑤池) : 전설 속 곤륜산(崑崙山)에 있다는 못 이름. 주목왕(周穆王)이 서왕모(西王母)와 요지에서 연회하며 술을 들었다는 전설이 있음. 여기서는 여산의 행궁에서 현종과 양귀비가 행락을 벌인 사실을 비유한 것임.
* 일안곤륜구(日晏崑崙丘) : 신화에 해가 곤륜산의 언덕으로 진다고 함. 이 구절은 당 왕조가 장차 혼란스러워질 것을 암유한 것임.
* 황곡(黃鵠) : 전설 속의 고니새. 한 번 날아가면 천리를 간다고 함. 훌륭한 인재를 비유하기도 함.
* 수양안(隨陽雁) : 가을이면 남으로 날아가고 봄이면 북으로 날아오는 기러기를 가리킴. 그로써 양국충처럼 권력에 빌붙어 사리사욕이나 채우는 소인배를 비유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