麗人行 여인행(七言古詩)

by 오대산인

麗人行 여인행(七言古詩)


천보 12년(753) 3월, 장안에 있을 때 지었다. 전년 11월에 양귀비의 사촌 오빠인 양국충(楊國忠)이 우승상이 되어 권세가 극에 달하였다. 또한 양귀비의 자매 셋이 국부인(國夫人)으로 봉해졌는데, 말년에 현종이 양귀비를 총애하면서 분별력을 잃은 결과이다. 이 시는 봄날 곡강(曲江)에서 행락하는 양씨 자매의의 사치스런 모습과 양국충 남매의 음행을 풍자하면서 특권 귀족층의 타락상을 부각했는데, 몰락해가는 왕조의 어두운 단면이 그 안에 도사려 있다.


三月三日天氣新(삼월삼일천기신) 삼월 삼짇날 날씨가 산뜻하거늘

長安水邊多麗人(장안수변다려인) 장안 물가에 아리따운 여인 많기도 해라.

態濃意遠淑且眞(태농의원숙차진) 고운 맵시 고상한 의태에 정숙하고 천진하며

肌理細膩骨肉勻(기리세이골육균) 살갗 매끄럽고 몸매는 균형이 잘 잡혀있구나.

繡羅衣裳照暮春(수라의상조모춘) 수놓은 비단 옷은 늦봄의 햇살에 빛이 나거늘

蹙金孔雀銀麒麟(축금공작은기린) 금 공작과 은 기린 촘촘히 수를 놓았네.

頭上何所有 (두상하소유) 머리 위에는 무엇이 있나?

翠爲㔩葉垂鬢脣(취위압엽수빈순) 비취 꽃잎 장식이 귀밑머리 가 드리워졌네.

背後何所見 (배후하소견) 등 뒤로는 뭐가 보이나?

珠壓腰衱穩稱身(주압요겁은칭신) 옥구슬로 장식한 치마끈 몸에 잘도 맞누나.

就中雲幕椒房親(취중운막초방친) 구름무늬 장막 속 부인들은 양귀비 친척

賜名大國虢與秦(사명대국괵여진) 괵국과 진국이라는 대국의 봉호 하사 받았네.

紫駝之峯出翠釜(자타지봉출취부) 자색 낙타 봉우리 삶아 비취색 솥에서 내오고

水精之盤行素鱗(수정지바냉소린) 수정 쟁반에단 은백색 생선을 나르는구나.

犀筯厭飫久未下(서저염어구미하) 배불러 오래도록 뿔 젓가락 대지 않건만

鸞刀縷切空紛綸(란도루절공분륜) 방울 달린 칼로 잘게 써느라 괜시리 분주하기만.

黃門飛鞚不動塵(황문비공부동진) 환관은 먼지도 일지 않게 나는 듯 말을 몰아서

御廚絡繹送八珍(어주낙역송팔진) 궁궐 주방에서 팔진미를 계속해 날아온다네.

簫鼓哀吟感鬼神(소고애음감귀신) 애처로운 주악 소리는 귀신도 감동할 듯한데

賓從雜遝實要津(빈종잡답실요진) 요직 차지한 빈객과 요속들 바글바글 많아라.

後來鞍馬何逡巡(후래안마하준순) 느지막히 말 타고 온 이 어찌 그리 머뭇거리나?

當軒下馬入錦茵(당헌하마입금인) 대청 앞 다다라 말에서 내려 비단 자리 듭시네.

楊花雪落覆白蘋(양화설락부백빈) 버들개지는 눈처럼 떨어져 흰 마름꽃 덮치고

靑鳥飛去銜紅巾(청조비거하몽건) 파랑새는 홍색 수건 입에 물고 날아간다네.

炙手可熱勢絶倫(자수가열세절륜) 더할 나위 없는 권세 손을 데게 할 듯 뜨거우니

愼莫近前丞相瞋(신막근전승상진) 삼가 가까이 가지 마오, 승상이 눈 부릅뜬다오.


* 삼월삼일(三月三日) : 상사일(上巳日). 본래 물가에서 액막이 제사인 수계(修禊)를 드리는 날이었으며, 후대에는 봄나들이를 해 연회를 하고 노는 절일(節日)이 되었다. 당나라 때 장안의 사녀들은 곡강(曲江)에 나가 행락을 즐겼다.

* 척금공작(蹙金孔雀) : 금실로 공작의 도안을 수놓아 만든 것. 은기린(銀麒麟) : 은선으로 기린을 수놓은 것.

* 압엽(㔩葉) : 여자 머리 위의 꽃잎 모양 장식.

* 주압요겁(珠壓腰衱) : 요겁은 치마를 묶는 허리띠인 군대(裙帶)를 가리킴. 거기에 잔뜩 진주를 달아 장식했다는 뜻.

* 초방친(椒房親) : 양귀비의 친속인 한국부인(韓國夫人), 괵국부인(虢國夫人), 진국(秦國夫人)을 가리킴. 본래 초방은 한나라 때 황후의 궁실을 가리키는 말.

* 사명대국괵여진(賜名大國虢與秦) : 현종 말년에 양귀비가 총애를 받으면서 세 자매가 한국(韓國), 괵국(虢國), 진국(秦國)의 부인(夫人)에 봉해졌다.

* 수정(水精) : 수정(水晶)과 같음.

* 서저(犀筯) : 물소의 뿔로 만든 젓가락.

* 난도(鸞刀) : 손잡이에 방울이 달린 부엌 칼.

* 팔진(八珍) : 여덟가지 진귀한 음식. 그 종류가 시대와 지역마다 일정치 않음.

* 후래안마(後來鞍馬) : 양국충(楊國忠)을 가리킴.

* 금인(錦茵) : 수놓은 비단으로 만든 깔개. 귀부인이 있는 곳으로, 양씨 자매가 모여 놀고 있는 건물을 가리킴.

* 양화설락복백빈(楊花雪落覆白蘋) : 양국충과 누이들의 애매한 관계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 당시 양국충과 그 누이들이 음란한 관계였다는 설이 있음.

* 청조(靑鳥) : 전설 속 서왕모(西王母)의 심부름꾼으로 소식을 전해준다는 새. 여기서는 양씨 오누이 사이 소식을 전하는 사람을 비유한 것임.

* 승상(丞相) : 양국충을 가리킴. 이임보(李林甫)를 뒤이어 승상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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