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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雨嘆, 三首 추우탄, 3수(七言古詩)

by 오대산인

秋雨嘆, 三首 추우탄, 3수(七言古詩)


현종 천보 13년(754) 가을에 지었음. 《당서(唐書)》에 의하면 당시 60여 일이나 비가 내려 농사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재상으로 있던 양국충은 상태가 좋은 벼를 임금에게 바치고 장마 피해가 없다고 거짓 보고하였다 한다. 두보는 흉년을 맞은 백성들의 고난을 염려하는 한편 자기 가족의 생계 문제를 절실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막막한 심경 속에 이 시를 남겼다. 당시 두보의 가족은 낙양에서 장안으로 와 함께 살고 있었다.


1

雨中百草秋爛死(우중백초추란사) 가을 빗속에 온갖 풀들 문드러져도

階下決明顔色鮮(계하결명안색선) 섬돌 아래 결명초 색상이 선명하구나.

著葉滿枝翠羽蓋(착엽만지취우개) 줄기에 가득 붙은 잎은 비취색 일산

開花無數黃金錢(개화무수황금전) 무수히 피어난 꽃은 샛노란 금전 같아라.

涼風蕭蕭吹汝急(량풍소소취여급) 싸늘한 바람 휘잉휘잉 네게 세게 불어와

恐汝後時難獨立(공여후시난독립) 후에 너 홀로 서있기 어려울까 염려가 되네.

堂上書生空白頭(당상서생공백두) 당 위의 서생은 실없이 머리만 흰 채

臨風三嗅馨香泣(림풍삼후형향읍) 바람 앞에 세 번 향기 맡고는 울고 말았네.


* 결명(決明) : 결명초(決明草). 콩과 식물. 7월 경에 황백색으로 개화함. 그 씨앗인 결명자를 오래 복용하면 눈이 맑아진다고 한다.

* 취우개(翠羽蓋) : 비취새(물총새) 깃털로 장식한 수레 덮개.

* 당상서생(堂上書生) : 두보 자신을 가리킴.

2

闌風伏雨秋紛紛(란풍복우추분분) 가을날 그침 없는 비바람 어수선하고

四海八荒同一雲(사해팔황동일운) 사해와 팔황이 한결같이 구름 투성이.

去馬來牛不復辨(거마래우불부변) 말이 가나 소가 오나 분간할 수 없으며

濁涇淸渭何當分(탁경청위하당분) 탁한 경수 맑은 위수 어찌 분간을 하리!

禾頭生耳黍穗黑(화두생이서수흑) 벼에 싹 트고 기장 이삭 시커멓다만

農夫田父無消息(농부전부무소식) 농사짓는 이들은 사정을 말도 못하네.

城中斗米換衾裯(성중두화환금조) 성 안에선 이불을 쌀 한 말에 바꾼다는데

相許寧論兩相直(상허녕론량상치) 그저 수락할 뿐 어찌 둘의 값어치를 따지리.


* 난풍(闌風) : 이리저리 부는 바람. * 복우(伏雨) : 오래도록 내리는 비.

* 팔황(八荒) : 팔방의 머나먼 거친 땅.

* 화두생이서수흑(禾頭生耳黍穗黑) : 수확하지 않은 벼에 습기를 맺혀 새싹이 나고, 기장에 깜부기 병이 든 것을 가리킴.

* 무소식(無消息) : 감히 말하지 못한다는 뜻.


3

長安布衣誰比數(장안포의수비수) 장안의 포의를 뉘라 거들떠보랴?

反鎖衡門守環堵(반쇄형문수환도) 문 반쯤 열어둔 채 집이나 지키고 있네.

老夫不出長蓬蒿(로부불출장봉호) 늙은 나 외출 못하고 잡초만 우거지는데

稚子無憂走風雨(치자무우주풍우) 근심 없는 어린애 비바람 속 내달려가네.

雨聲颼颼催早寒(우성수수최조한) 주룩주룩 빗소리 이른 추위 재촉하는데

胡雁翅濕高飛難(호안시습고비난) 북녘 기러기 날개 젖어 높이 날기 어렵네.

秋來未曾見白日(추래미증견백일) 가을 되어 훤한 태양 본 적조차 없으니

泥汚后土何時乾(니오후토하시건) 진흙탕 대지는 어느 때나 마르려는가!


* 장안포의(長安布衣) : 장안포의는 두보 자신을 가리킴. 포의는 벼슬하지 않는 평민. * 비수(比數) : 중시하다. 거들떠보다.

* 형문(衡門) : 비껴 놓은 나무로 문으로 삼은 것. 보잘 것 없는 집을 가리킴. * 환도(環堵) : 사면이 흙담인 집. 가난한 사람의 집을 가리킴.

* 봉호(蓬蒿) : 쑥. 잡초를 가리켜 말한 것임.

* 치자(稚子) : 첫째 아들 종문(宗文)을 가리킴.

* 호안(胡雁) : 변새 북쪽에서 남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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