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 천육 마구간의 준마 표기(七言古詩)
현종 천보 14년(755) 장안에서 힘겹게 살아갈 때 지은 시. 준마를 노래하는 한편 그에 의탁해 재능 있는 선비가 기용되지 못한 채 버림받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제목이 〈천육표도가(天育驃圖歌)〉로도 전해짐. * 천육(天育) : 황실 소유의 말을 관리하던 마구간 이름. * 표기(驃騎) : 준마의 이름으로, ‘나는 듯 날래게 달리는 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내 듣자니 천자의 말은 천리를 달린다는데
今之畫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지금 그림 속 말이 바로 그것 아니런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이 말의 의태는 어떠하뇨? 웅걸차기도 하나니
騣尾蕭梢朔風起(종미소초삭풍기) 갈기와 꼬리에 차갑게 삭풍이 일어나는 듯.
毛爲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담청색 털에다 두 귀는 누르스름하며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눈에는 붉은 불꽃 일고 두 눈동자 네모나구나.
矯矯龍性含變化(교교룡성함변화) 걸출하니 용의 성질 지녀 변화를 머금었으며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특출나게 남다른 골격으로 우뚝 선 채 펼쳐졌다네.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전에 태복소경으로 있던 장경순은
監牧攻駒閱淸峻(감목공구열청준) 목마를 감독하여 말 훈련시키며 좋은 말 살피다가,
遂令大奴字天育(수령대노자천육) 드디어는 대노를 시켜 천육에서 사육하게 했으니
別養驥子憐神駿(별양기자련신준) 그 빼어남 사랑하여 따로 어린 표기를 길러내었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당시 사십 만 필의 말이 있었다 하나
張公歎其材盡下(장송탄기재진하) 장경순 공은 자질이 모두 열등해 탄식했으니,
故獨寫眞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그리하여 이 말을 그려 세상 사람에게 전하였는데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자리 곁에 두고 감상하매 오래도록 새롭기만 하였네.
年多物化空形影(년다물화공형영) 숱한 해 지나 말은 죽고 속절없이 그림만 남겨졌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아! 그 씩씩한 발걸음 달려볼 길 없어지고 말았네.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지금인들 어찌 요뇨 화류 같은 명마 없겠는가만
時無王良伯樂死卽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이제는 왕량과 백락 없어 그저 늙어 죽을 뿐이네.
* 소초(蕭梢) : 싸늘하다. 이 구절은 준마가 질주하면 싸늘한 바람이 일어남을 의미함.
* 녹표(綠縹) : 옅은 청색.
* 용성(龍性) : 옛날에 준마와 용을 동일시하고 신성시해 용마(龍馬)의 형상을 만들어낸 바 있음.
* 천골(天骨) : 비범한 골격. 준마의 몸통을 비유함.
* 태복(太僕) : 관명. 말의 사육과 번식을 감독하는 직책. * 장경순(太僕張景順) : 개원 연간에 태복소경(太僕少卿) 겸 진주도독목도부사(秦州都督牧都副使)를 지냈다.
* 공구(攻駒) : 말을 훈련시키다. 駒는 두 살이 된 말. * 청준(淸峻) : 말의 곡격이 우뚝한 것.
* 대노(大奴) : 말을 기르는 노예 중의 우두머리. * 자(字) : 기른다는 뜻.
* 기자(驥子) : 천리마의 새끼. 즉 어릴 적의 표기(驃騎)를 가리킴.
* 사진(寫眞) : 생김새를 실제 그대로 그려내다.
* 물화(物化) : 사물이 다르게 변화하다. 죽어 없어졌다는 뜻이다.
* 요뇨(騕褭) : 하루에 만리를 달린다는 고대의 준마. * 화류(驊騮) : 주목왕(周穆王)의 팔준마 가운데 하나.
* 왕량(王良) : 춘추시대 조나라 사람. 말을 잘 길들여 훈련시켰음. * 백락(伯樂) : 춘추시대 진나라 사람. 말의 모습을 보고 품질을 잘 분별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