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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定後戏赠(관정후희증) 벼슬이 정해진 후 장난스레 시를

by 오대산인

官定後戏赠(관정후희증) 벼슬이 정해진 후 장난스레 시를 지어 준다(五言律詩)


현종 천보 14년(755) 장안에서 지음. 두보가 천보 5년(746)에 낙양에서 장안으로 온 뒤로 거의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시의 원주에 의하면 “그 때 하서현위의 직임에서 면해지고 우위솔부참군에 임명되었다.”(時免河西尉爲右衛率府參軍)고 하였다. 두보는 장기간 실의 속에 보내다 천보 14년 10월 하서현위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현위는 위로 상급자의 모욕을 감내하며 굴종해야 하고 아래로 지방 행정의 말단에서 백성을 상대하며 억압해야 하는 역할이라 직책을 감당하기 어렵게 여겨 마다하였다. 뒤이어 우위솔부참군에 임명되었는데, 이는 병장기를 관리하는 한직이지만 현위가 겪는 고충에 비해 나은 점이 있었다. 품계는 역시 낮아 8품 하에 속했다. 당시 두보는 44세의 나이였다. 시에는 치군택민(致君澤民)의 고원한 정치이상에도 불구하고 자기 현실은 비루함을 면치 못하고 있어 분개하고 또 어처구니 없어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 희증(戱贈) : 두보가 자기 현실을 조소하며 장난스레 자기 자신에게 지어준 것이다.


不作河西尉(부작하서위) 하서현위 노릇하지 않고자 함은

淒涼爲折腰(처량위절요) 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하기 때문.

老夫怕趨走(노부파추주) 늙은 나 분주히 일하기 겁나는 데다

率府且逍遙(솔부차소요) 솔부는 또 한가롭게 지낼 수 있지.

耽酒須微祿(탐주수미록) 술 좋아해 적은 녹봉이나마 필요하거늘

狂歌托聖朝(광가탁성조) 목청껏 노래하며 조정에나 의탁하려네.

故山歸興盡(고산귀흥진) 집을 찾아가고픈 기분마저 없어진 채로

回首向風飆(회수향풍표) 거센 바람 향하여 고개를 돌려본다오.


* 하서위(河西尉) : 하서현위(縣尉). 하서현은 지금 섬서성 합양현(合陽縣) 지역. 현위는 치안과 징세 등의 잡무를 보았으며 9품의 낮은 벼슬이다.

* 노부(老夫) : 두보 자신을 가리킴. 당시 두보는 44세였음. * 추주(趨走) : 분주와 같음. 상관의 지시와 공무로 바쁘게 왔다 갔다 함을 의미함.

* 소요(逍遙) : 자유롭고 한가로워 여유가 있다는 의미임.

* 광가(狂歌) : 내키는 대로 큰 소리로 노래함. * 성조(聖朝) : 자기가 살고 있는 현재 왕조를 높여 부르는 말. 우리 왕조 내지 우리 조정의 뜻이나, 여기서는 다소 비꼰 의미가 있음.

* 고산(故山) : 고향과 같은 뜻이나, 여기서는 현재 처자식이 있는 봉선(奉先)을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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