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囊(공낭) 텅 빈 주머니(五言律詩)
숙종 건원 2년(759) 가을, 진주에서 지었다. 전란은 이어지고 벼슬도 그만둔 상태라 생계가 곤란한 지경이 되었다. 이에 돈주머니를 소재로 삼아 극히 쪼들리던 생활형편을 노래했는데, 해학으로 마쳤으나 아무래도 자조의 쓴 맛이 강하다.
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측백나무 씨가 써도 먹을 수 있고
明霞高可餐(명하고가찬) 아침노을 높더라도 마실 수 있네.
世人共鹵莽(세인공노망) 세상사람 다들 거칠고 무모하며
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내 가는 길은 줄곧 험난하구나.
不爨井晨凍(불흔정신동) 밥 못 지어 새벽 우물 얼은 채이고
無衣床夜寒(무의상야한) 옷도 없는데다 밤이면 침상 차갑네.
囊空恐羞澀(낭공공수삽) 주머니 비게 되면 쑥스러워 할까봐
留得一錢看(류득일전간) 한 푼이나마 남겨두어 간수하노라.
* 취백고유식(翠柏苦猶食) : 《열선전》 : “적송자는 측백나무 씨 먹기를 좋아했는데, 빠진 이가 다시 났다.”(赤松子好食柏實, 落齒更生.)
* 명하고가찬(明霞高可餐) : 사마상여 〈大人賦〉 : “밤 이슬기운을 호흡하고, 아침 노을을 먹는다.” (呼吸沆瀣兮餐朝霞)
* 노망(鹵莽) : 거칠고 무지하다.
* 오도(吾道) : 두보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도를 가리킴.
* 수삽(羞澀) : 부끄럽다, 거북해하다.
* 간(看) : ‘간수(看守)’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