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치유를 위한 선물
고단하고 힘든 서른해 쯤의 시간을 살아낸 후, 이 시를 썼습니다.
오래전 그 가을에...
그해 등단하고 시인이 되었었지요.
이 시를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의 새가을에 다시한번 소개합니다.
이 가을에, 치유를 위한 선물로 드리니 당신의 고단함이 조금이나마 내려놓아지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가을사랑
강 지 윤
채색한 하늘은
가난한 마을 어귀에서도
저렇게 설레는구나, 연신
꼬집어대는 바람은
계절의 빈터에 나를 내려주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에
내내 갇혀 휘파람만 날리니
갈잎들의 생채기 어루만지며
오늘, 바라만 봐도 허기 거두어 줄
휘어진 가지들을 목에 두르고
삶의 공터에서 메마른 세상을
껴안았지, 그래 여름동안 익어버린 얼굴
누우런 길섶에다 닦아보아라
속태운 잣나무 열매 저절로 굴러
산등성이마다 간지럼태워
얼굴 붉어진 가을은 아직도
나를 껴안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