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시듦을 받아들인다.
핑크빛 모란이 화폭 위를 수놓는다. 만개한 꽃이 우리네 청춘같다. 너무도 아름답지만 너무도 짧은. 나는 젊을 때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시들어버릴 것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요즘말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돈으로 꽃대신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9년을 연애한 남편도 그것을 잘 알았고 나의 반응을 보며 자연히 꽃을 선물하는 횟수는 줄어갔다. 나이가 든건지 미술을 접하고 심미안이 뜨였는지 이제는 꽃이 예뻐보인다. 그 화려한 색감이며 모양이며 질감까지 자연이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어떻게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을 창조했을까? 신비롭기만 하다.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처럼 영원할 것 같았던 청춘도 쉬이 지나가버렸다. 젊음을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하는 화장품을 바르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어봐도 젊음은 내게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하다. 그럼 이만 젊음을 놓아주어야 하는 것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내게 돌아올 리 없는 젊음은 놓아주고 나의 나이듬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꽃이 시든다고 불평하지 않고 싱싱함을 붙잡으려 안간힘 쓰지않고 그냥 시듬을 몸으로 살아내는 것처럼 나도 꽃처럼 나이듬을 받아들이며 살아내야 겠다. 연애때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도, 아기때만큼 나만을 바라보지 않는 아이들도 각자의 꽃을 피우고 시들으며 살아내고 있음을 응원해주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