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반사되는 바다의 반짝임이 아름답다. 그 속에 뛰노는 사람들의 모습도 좋다. 한여름 피서지의 바다같다. 한적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더위많이 타고 벌레 싫어하고 사람많은 걸 싫어하며 바가지 쓰는 건 더 싫어하는 남편때문에 결혼 후 여름에 피서를 떠난 적이 없다. 우리가족의 여행사진은 봄, 가을 외투를 걸쳐입은 모습이나 패딩에 목도리까지 꽁꽁싸맨 추운겨울의 바다다. 이번 여름 처음으로 한여름에 피서를 떠나왔다.
발단은 두달 전 엄마생일 겸 남편생일파티였다. 동생이 풀빌라로 가족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동생이 지방사는 친구 동네에 가격비싸지 않고 좋은 풀빌라를 알고 있다고 했다. 공휴일이어도 평일엔 일을 하는 나의 직업 특성상 주말 1박 2일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은 여행 1주일전 스팀다리미에 팔을 데어서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고 친구랑 놀고 싶다며 가지않겠다고 졸라댔다. 남편은 본인도 가기싫지만 장인어른의 명령이라 어쩔 수없이 가는 것이니 아들도 가족의 일원으로 함께해야한다고 강요했다. 출발 전부터 가족톡방엔 아버지의 지시사항이 떨어졌고 빨리 답하지 않고 빨리 행동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셨다. 성격급한 아버지와 무엇을 하기로 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뾰루퉁한 아들은 데려가봐야 분위기만 흐릴 것같아 딸만 함께 가기로 했다. 딸은 함께 놀 사람이 없다며 아쉬워했지만 어차피 오빠는 화상땜에 물놀이를 할 수 없다고 설득했다.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에게도 아들의 불참을 화상으로 설명했다. 하필이면 우리 여행지인 전남지역에 집중호우 예보까지 떨어졌다. 예보대로 비가 왔으나 그나마 강한 비는 아니였다. 숙소의 풀장은 계곡물로 채워져 있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딸아이와 놀아주려고 간신히 허리까지 들어갔으나 가슴까지는 담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수영 못하는 중학교 2학년생 딸은 초등생 조카들의 튜브를 뺏어 타고 차가운 물속을 즐겼다. 그나마 딸이 얼음장같은 물 속에서 즐겁게 놀아주어서 다행이었다.
수영복까지 챙겨온 남편은 정강이만 담글 뿐이었고 성격급한 아버지와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힘들고 아들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가족의 첫 피서는 그림처럼 아름답게 추억될 것이다. 추억은 현재보다 아름답게 기억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