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에 미쳐 1일 3마라를 하다 보니 아무리 둔한 내가 보기에도 난 정말 무섭도록 살이 찌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라를 끊을 수는 없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마라때문에 살이 찌고 있으니까 잠깐 다른 음식을 먹으면 괜찮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합리화한 나는 이 기회에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 보려 1학식당으로 달려갔다. 1학식당은 모든 코너가 인기가 많아서 유난히 정신없는 식당이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거의 악을 써서 주문을 해야 간신히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점심시간을 피해 한가한 시간에 찾아간 학식당은 무척 무료하고 나른해 보였다. 어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볼까 생각하며 한 바퀴를 빙 돌다가 어느 한 코너 앞에 서니 그곳의 모든 직원들이 나만 보고 있었다. '심심한데 잘 걸렸다' 하는 눈빛을 떨떠름하게 받아내며 메뉴판을 받아 들고 닭 혹은 돼지 같이 아는 단어 위주로 읽어보려 노력하다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사진으로 음식을 골랐다. ‘저 한국인이 대체 뭘 시킬까’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메뉴를 말하고 싶은데 도저히 사진을 봐도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거의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가 뭔가요?"
내 말을 들은 직원들은 말없이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요리를 하는지 정도는 말해주고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남은 용기를 끌어모아 어떤 음식을 줄 건지 알려달라고 말했다.
"탕추리지!"
지글지글 뜨거운 철판에 나온 음식을 주며 사장님은 중얼거렸다.
"이게 한국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야"
얼핏 보기에는 탕수육과 무척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 옆에는 밥도 동그랗게 데코 되어있었다. 포장해서 방에 가져간 다음 혼자 여유롭게 먹고 싶었지만 식당 직원들이 한데 모여 내가 한입이라도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여 맛없어도 맛있는 척 리액션을 쏴주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자리에 앉았다. 그냥 흔한 탕수육의 생김새였다. 탕수육보다는 빨갛고 좀 더 소스에 코팅된 느낌? 관찰은 끝났으니 뜨거운 탕추리지 한 개를 집어 호호 불어 조금 식힌 다음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은 순간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세상에 진짜 맛있었다! 그냥 맛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누군가 죽을 때까지 매일 이것만 먹고살라고 해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완전 꽂혀버려 정신없이 먹던 중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까 식당 직원들이 내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모든 내 리액션세포를 끌어모아 쌍따봉을 치켜들고 “하오츠(好吃 맛있어요)!!!!”라고 외쳤더니 그제야 호탕하게 웃으면서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좋아할 줄 알았어! 한국 학생들이 정말 좋아한다니까!”
하고 뿌듯해했다.
달달하고 바삭한데 탕수육보다는 더 새콤하면서 진~한 그 맛, 뭔가 느끼해질 때쯤에는 미리 싸간 재스민차를 한입 마시면 속의 느글거림이 싹 씻겨나갔다.
이 조합에 빠져 이 날 이후로 내 별명은 탕추리지였을 만큼 중국 생활 내내 나는 탕추리지에 미쳐 살았다.
아 정말 미치도록 먹고싶다, 탕추리지!
김도희
Ps. 결국 마라와 탕추리지의 콜라보로 도합 10kg가 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