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기 봐봐, 파랑새야, 어머머."
"어디? 진짜네. 진짜 파랑새다."
"엄마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 속에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얘기 있었는데, 제목이 치르치르와 미치르였어. 행복을 주는 파랑새를 찾아 여행을 하다가 결국 못 찾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정작 파랑새는 집에 있었어."
마당에 내려앉은 파랑새를 보고 남편과 딸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신기해했다. 나는 동화책 속에서만 읽었던 파랑새를 직접 우리 집 앞에서 보니 그저 반갑기 그지없었다. 파랑새가 진짜 존재했었구나. 우리는 한참 동안 우리 집 마당에서 벌레를 찾는지 한동안 머물러 있는 파랑새를 지켜보았다. 그날 큰 딸 남자친구가 오기로 한 날이었다. 두 번째 우리 집 방문이었다.
어느 봄날, 큰 딸이 사귀고 있는 청년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왔다. 사귄 지 한 육 개월 정도 되었는데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오는 것 같아 집으로 오라고 했다. 보기도 전부터 맘에 들었던지라 없는 솜씨에 갈비찜을 하고 생일이 얼마 전이었다고 해서 미역국도 끓였다. 청년은 풍성한 꽃다발을 들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들어왔다. 첫 만남이라 남편도 나도 또 둘째 딸, 막내까지 어색한 시간이 흘러갔다. 남편은 식사 기도를 하다가 울컥했는지 잠시 멈추기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우리 연애할 때 생각이 나서 그랬다고. 감회가 남달랐다.
삼십이 넘도록 딱히 연애도 하지 않고 소개도 시큰둥하더니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얼굴이 화사해진 딸이 너무나 보기가 좋았다. 이렇게 환한 미소를 가진 아이였나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게 활짝 피어났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뿜어내는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딸의 환한 미소 때문에 청년을 더욱 예뻐할 수밖에 없었다. 큰 딸은 이민 와서 세 딸 중에 가장 적응이 어려웠던 아이였다. 한국으로 다시 가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 아이가 커서 결혼할 사람을 데리고 왔으니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청년은 한참 동안 얘기하고 웃고 놀다가 오후 늦게 돌아갔다.
어색한 첫 만남이 끝나고 편안하게 부엌 의자에 앉아있는데 커다란 무지개가 보였다. 좀 전에 잠깐 비가 오더니 커다란 무지개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피어오른 것이다. 사진을 찍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청년이 정말 반가운 손님이라는. 무지개로 말해 주는 느낌이었다.
요즘 딸과 예비 사위는 결혼 후 살 집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 두 사람의 직장을 고려해서 중간 정도 되는 곳에 집을 찾으려 하니 쉽지는 않다. 예비 사위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양보도 할 것 같은데 아니다. 팽팽하다. 웃음이 나왔다. 애기들처럼 가깝네 머네 하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조차도 귀엽다, 소꿉장난을 하는 애들처럼 보여서 마냥 보기 좋다. 이렇게 시작해서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해 가리라. 좋은 시간도 있지만 힘든 시간이 있겠지, 싸우기도 할 것이고 못 살겠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행복하기를, 이 순간을 즐기기를, 마냥 좋기만 한 현재를 오롯이 만끽하기를 엄마로서 기도해 본다.
"엄마, 지호가 나중에 나 힘들 때 몰라라 하면 어떡하지?"
"글쎄, 그럴까?"
"가끔 걱정되고 불안해."
"아니야, 안 그럴 거야. 좋은 사람이잖아."
딸을 안심시킨다. 그때쯤이면 딸도 많이 성숙해 있겠지 하면서. 무지개랑 파랑새와 함께 왔던 청년, 딸에게 무지개처럼 파랑새처럼 행복을 가져다주는 남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