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내과 의사의 건강 루틴, 현실 버전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은 하는 말이 있다.
“아침 거르지 마시고요~.”
“단백질 좀 더 드시고요~.”
“운동은 무리하게 하지 마시고, 꾸준하게 하셔야 해요~.”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은 내 환자도, 보호자도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아니, ‘들었다’기보다 ‘외쳤다’가 맞다. 거의 마법의 주문처럼. 그런데 정작 나는 그 주문을 나에게는 사용하지 않았다.
“의사니까 괜찮겠지.”
“이 정도 피곤함은 다 그렇지.”
“아직 젊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귀여운 착각이었다. 나는 환자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다 습관이에요. 습관이 바뀌면 건강도 바뀝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늘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그러니까 너도 좀 바꿔, 이 사람아.’
■ 현실의 루틴은 달랐다
아침은 첫 환자 진료를 끝낸 후 믹스커피 한 잔, 점심은 차트 보면서 초코파이와 바닐라 라떼, 저녁은 아이들 밥 챙기느라 까먹고, 밤 11시에 라면과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게 내 ‘루틴’이었다. 내가 환자에게 경고하던 바로 그 루틴. 몸이 피곤하고 머리가 무겁고, 하루 종일 카페인에 의지해야만 굴러갔다.
나는 건강을 가르치는 사람이면서, 정작 내 몸은 돌보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대로 했더니요, 정말 좋아졌어요.”
어느 날 한 환자가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말씀대로 다 했더니요, 변비도 없어지고, 피부도 좋아졌어요!”
그 말이 내 마음에 이상하게 남았다. 아, 저 말… 나도 해보고 싶다. 나도 그렇게 좋아지고 싶다. 그날 퇴근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나에게만 그 처방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때부터 결심했다. 환자에게 하던 ‘건강 습관 처방’을 나 자신에게도 내려보자.
■ 작은 습관, 그러나 놀라운 변화
✔ 아침 거르지 않기.
출근 전 단백질 쉐이크 한 잔만 챙겨도, 오전 내내 머리가 맑았다.
✔ 식사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허겁지겁 먹지 않고, 10분이라도 ‘앉아서’ 먹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후에 커피를 덜 찾게 됐다.
✔ 물 많이 마시기.
진료실 책상 아래 작은 텀블러를 두고, 한 시간마다 한 모금씩. 두통이 줄고, 변비도 사라졌다.
✔ 5분이라도 몸 움직이기.
환자 사이사이 의자에서 일어나 스트레칭. 피로감이 덜했다.
✔ 스트레스 신호 알아차리기.
‘지금 배고파서 먹는 걸까, 마음이 허해서 먹는 걸까?’ 그 질문 하나로, 불필요한 간식이 줄었다.
하나하나 아주 작았지만, 그 작은 변화들이 내 몸의 리듬을 다시 살려냈다.
생활 습관이 반이라던 말, 그 반을 나는 이제야 진짜 실천하고 있었다.
■ 내 첫 번째 환자는, 나
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건 익숙했지만,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은 늘 뒷전이었다. 이제 나는 내 몸의 작은 신호를 진료하듯 들여다본다.
“오늘 물은 얼마나 마셨지?”
“지금 커피는 몇 잔째지?”
“몸이 피곤한데, 5분만이라도 움직여볼까?”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의식’은 한순간에 깨어날 수 있다. 그 한순간이,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 환자에게 말할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덧붙인다.
“저도 지금 그거, 하고 있어요. 어렵지만, 같이 해봐요. 포기하지 말아요.”
나의 ‘하루 루틴 리셋 노트’
시간대 루틴 포인트 효과
아침 단백질 쉐이크 한 잔 ‘공복 진료 금지’ 집중력 유지, 에너지 향상
오전 1시간마다 물 한 모금 미니 텀블러 활용 두통·피로 완화
점심 앉아서 천천히 식사 식사시간 확보 과식·카페인 의존 감소
오후 5분 스트레칭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깨·목 긴장 완화
저녁 운동 스트레스 해소 수면 질 개선
밤 하루 습관 점검 3분 “오늘 나 잘했어” 루틴 지속력 강화
■ 작게, 그러나 꾸준히
건강한 루틴은 거창하지 않다. 단백질 쉐이크 한 잔, 물 한 모금, 5분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
의사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나 — 그 셋 모두가 버틸 수 있는 리듬을 만드는 것, 그게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진짜 건강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