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은 줄었는데, 속은 썩어 있었다.

내장지방과의 전쟁

by 김보민

살이 빠지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다.

아침마다 체중계 위에서 숫자가 줄 때마다 세상이 조금 더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70kg대 → 60kg대 → 50kg 후반 → 드디어 50kg 초반!

거울 속의 내가 괜히 예뻐 보였고, 청바지가 헐렁해졌으며, 애들 친구 엄마들이 “어머, 윤지 엄마 뭐 하셨어요?” 하고 물어볼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드디어 인생 리셋 성공이야!”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든 순간, 그 화려한 엔딩은 B급 반전 호러영화로 바뀌었다.

'내장지방 위험군. 지방간 소견 있음.'

내장지방?

내가 지금 이 몸 하나로 얼마나 고생했는데, 살을 이렇게 빼고도 지방이 남아 있다고? 그때 처음 알았다. 겉이 말랐다고 속까지 건강한 건 아니구나. 몸무게는 줄었지만, 내 장기 사이에는 여전히 지방이 고여 있었다. 숫자는 성공인데, 몸속은 실패였다.


■ “마른 몸에도 지방은 산다”

내장지방은 단순히 배 안에 낀 지방이 아니다.
복부 장기 사이에 숨어서 호르몬처럼 염증을 일으키고, 혈압과 혈당을 높이며 심장병과 당뇨의 불씨가 된다¹.
그래서 겉으로 보기엔 날씬한데 속은 지방으로 가득한 ‘마른 비만(thin outside, fat inside)’이 생긴다².

내 경우가 그랬다. BMI는 정상이었고 체지방률도 낮았다.
그런데 초음파 화면 속 내 간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나는 외형만 관리했지, 속살은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 “내장지방아, 너랑 나랑 끝을 보자”

그날부터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내장지방아, 너랑 나랑 끝을 보자〉 프로젝트.

먼저 줄넘기를 꺼냈다. 10분만 하자고 다짐했는데, 3분 만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5분이 지나자 아이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 줄넘기 하는 거 맞아? 줄하고 싸우는 것 같아.”

그래, 내장지방보다 무서운 건 줄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줄넘기는 짧은 시간에 심박수를 끌어올려 내장지방을 태우는 운동이었다³. 줄넘기 10분은 빠른 걷기 30분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효율을 무었보다 중시하는 나는 다시 줄을 들었다. 그날 이후, 10분은 나의 ‘속살 연소 루틴’이 되었다.


■ “입으로 들어가는 게 결국 내장으로 간다”

운동만으론 부족했다. 하루를 돌이켜보니, 내장지방의 주범은 늘 ‘한입’이었다.
애들 남긴 밥 한 숟갈, 주방에서 집어먹는 김치볶음밥 한입, 진료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이 건네준 크림빵 한입.
그 ‘한입’들이 모여 내 속에 기름 창고를 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식사를 새로 짰다.

아침엔 단백질 쉐이크 한 잔과 삶은 달걀,
점심엔 현미밥 반 공기와 채소, 두부, 닭가슴살.
간식은 견과류나 블랙커피, 저녁은 야채 위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근육이 유지되고, 기초대사가 떨어지지 않아 지방이 줄어든다⁴. 몸무게는 변하지 않아도, 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 “마음에도 지방이 낀다”

그런데 내장지방을 키우는 건 음식만이 아니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올라가고, 이 녀석이 복부 지방을 단단히 붙잡는다⁵.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멈춘다. 진료실 들어가기 전, 차 안에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세 번 쉰다. 짧은 명상이지만, 내 몸의 브레이크다. 의사로, 엄마로, 여자로 살아가는 하루 속에서 이 5분이 내장지방보다 더 무서운 ‘번아웃’을 막아준다.


■ “건강은 숫자가 아니라 내용물이다”

이제 나는 환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살은 빠졌지만, 속이 문제일 수 있어요. 건강검진 결과 꼭 확인해보세요. ‘마른 비만’이라는 말, 괜히 있는 거 아닙니다.”

그 말을 하면서 속으로 덧붙인다.

“나도 지금 그 전쟁, 함께 싸우는 중이에요.”


건강은 숫자보다 내용물, 체중보다 습관이라는 걸 이제는 뼈저리게 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묻는다.

“오늘도 속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나?”


‘내장지방 줄이기 루틴’


루틴 구체적인 실천법 핵심 포인트

아침 단백질 섭취 쉐이크, 달걀, 두부 등 단백질 우선 포만감 유지 + 근손실 방지

1일 30분 유산소 줄넘기, 빠른 걷기, 싸이클 등 지방 연소율 향상

근력운동 주 2회 스쿼트, 플랭크, 밴드 운동 기초대사 유지

간식 통제 단 음식·빵 대신 견과·그릭요거트 인슐린 급상승 억제

물 2L 이상 섭취 식전 한 잔씩 대사 촉진, 포만감 유지

스트레스 관리 5분 명상, 호흡, 취미활동 코르티솔 억제 효과


각주

1)Després J-P. Body Fat Distribu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Circulation, 2)Thomas EL et al. The hidden fat: visceral fat and cardiometabolic risk. Int J Obes, 2007.3)Boutcher SH. High-intensity intermittent exercise and fat loss. J Obes, 2011.

4)Pasiakos SM et al. Protein supplementation and lean mass preservation during energy deficit. J Nutr, 2014.5)Rosmond R. Role of stress in the pathogenesis of the metabolic syndrome. Psychoneuroendocrinolog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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