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근육이 울고 있다
한때, 내 다리는 무다리가 아니었다. 무려 항아리 다리였다. 그 정도로 탄탄하고, 굵고, 존재감이 강했다. 친구들이 농담처럼 말했지.
“너 다리는 거의 도자기야, 옛날 장독대 느낌이야.”
들으면 살짝 기분이 나빠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나, 좀 뿌듯했었다.
고등학교 때도 남녀공학이었는데, 말라깽이 남자애랑 팔씨름하면 내가 이겼다. 의대에 들어와서는 여자 팔씨름 대회 2등. (1등한 언니는 거의 여자 헤비급… 나랑 체급 차이가 20kg이었으니깐 납득함.) 그러니, 나는 평생 근육 많은 사람으로 살 줄 알았다. 근손실이라는 단어는 나랑 무관한 개념이라고 생각했었다. 정말... 그땐 내가 뭘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 셋을 낳고, 매일 환자 진료하고, 내시경 하루 수십 건씩 돌리며 일하고,
그러다 어느 날, 병뚜껑을 못 따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아들아, 이거 엄마 대신 좀 따줄래...?”
아들에게 병뚜껑을 맡기게 될 줄은 몰랐지.
사람들이 의사라고 하면 화이트칼라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내시경 하는 의사는 블루칼라다. 몸을 진짜 많이 쓴다. 특히 손과 손목, 어깨.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쓰고, 한 자세로 수십 분 서 있어야 하다 보니 관절도 무겁고, 손도 예전 같지 않고, 힘이 빠지면 내시경 잡는 감도 줄어든다. 그때 정말 느꼈다. 근육은 단순히 몸매를 위한 게 아니라 ‘일’을 위한 거구나. 건강뿐 아니라, 생존과 생계까지 관련된 문제구나.
사실 단백질은 운동선수나 헬스장 다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 들수록, 그리고 특히 우리 같은 중년 여성일수록 단백질은 몸의 보험이자, 버팀목이다.
젊을 때는 하루 세 끼 중 한 끼쯤 대충 때워도 괜찮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살이 빠지고, 밤새 공부해도, 심지어 밤새 술을 마셔도 다음 날 멀쩡했다. 몸이 스스로 알아서 복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다르다. 똑같이 밥 먹고, 똑같이 운동하는데도 회복이 더디고, 근육은 더 쉽게 빠져나간다. 몸이 예전처럼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써주질 않는다.
말하자면, 젊을 때는 적금처럼 넣어도 이자가 붙었는데, 이제는 원금이 줄지 않게 매일 넣어야 겨우 유지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여성의 몸은 더 복잡하다. 호르몬의 변화가 근육에도 영향을 준다. 폐경을 전후로 근육 합성 속도가 확실히 느려지고, 식사량도 줄고, 입맛도 달라진다.
그러니 먹는 양은 줄었는데, 필요한 양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건 나이 든 몸의 ‘욕심’이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한 ‘유지비’ 같은 거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노인학회(ESPEN)에서는 중년 이후 성인에게 체중 1kg당 1.0~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이는 젊은 성인의 권장량(0.8g/kg)보다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근육 단백질의 합성률이 떨어지고, 흡수율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양을 먹어도 예전만큼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더 먹어야 겨우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단백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는 근육을 지킬 수 없다. 조금 부족하면, 내 몸은 제일 먼저 근육부터 깎는다. 그건 살이 아니라 ‘기초 체력’을 빼앗아가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단백질을 먹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건 근육 월급이다. 오늘도 일 잘했으니 밥값 챙겨줘야지.”
운동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것도. 근육이 없으면 기초대사량이 줄고, 요요가 오고, 건강도 무너진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런데, 아는 것과 실행은 다르다. 아주, 아주 다르다. 게다가... 닭가슴살은 왜 그렇게 퍽퍽할까? 삶으면 건조하고, 굽자니 타고, 데우면 고무 같고. 정말 얘는 나랑 친해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평생을 용가리 통뼈로 살줄 알았던 내가 근감소를 느낀 그날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닭가슴살을 미워하지 않기로. (물론 아직도 치킨이 훨씬 좋다.)
요즘은 단백질 섭취량 신경 쓰고, 계란, 두부, 콩, 해산물 위주 식단 짜고, 하루에 1회 이상 단백질 쉐이크 챙기려고 노력한다. 한참 운동하다가 며칠만 쉬어도 몸이 확 무너지는 게 느껴진다. 특히 마흔 넘어서부터는 속도가 다르다. 그야말로, ‘얘네는 잠깐만 신경 안 써도 바로 짐 싼다.’ 그래서 요즘은 정말 진심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진료 끝나고 단백질 쉐이크 한 잔
*두부, 계란, 생선, 닭고기 중심 식단
*야채 볶을 때도 두부 넣기
그리고 주 2회, 케이팝 댄스 클래스!
(가끔 막내가 “엄마... 그거 아님.” 하고 손사래 치긴 하지만... 나름 잘 추거든?)
근육은 눈에 안 보일 때는 모른다. 하지만 사라지고 나면 너무 쉽게 일상이 무너진다. 내가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했던 ‘항아리 다리’도 이제는 내 말을 안 듣는다. 그래서 더더욱 지켜야 한다. 나이 들수록, 내 몸이 나를 버티게 하기 위해.
『"닭가슴살만 보면 울컥하는 당신, 나랑 같은 편이야."
"근육아, 가지 마. 내가 단백질 먹을게... 이번엔 진짜야…”
"근육은 배신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배신할 뿐이다."
“치킨은 가끔, 닭가슴살은 매일. 어느 쪽이 진짜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