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살 뺀다고? 맞아. 근데 그게 다는 아니야.

다이어트 약과 주사, 진실과 오해 사이에서

by 김보민

솔직히 말해서, 다이어트 약을 쓴다고 하면 눈부터 흘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시험에서 컨닝한 사람 대하듯 말이다.

“그런 약 먹어서 빠지면 뭐해~ 다시 찌잖아~”

“약은 무조건 안 돼! 독이야, 독!”

라고 말하는 분들, 정말, 정말 많다. 심지어 진료실에서도.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소아비만이었고, 다이어트란 단어를 스무 살 되기도 전에 이미 지겹게 들어본 사람이었다. 식단이든 운동이든, “나도 이번엔 꼭 해보자” 하고 마음먹었다가 조금 하다 결과가 미미하면 ‘역시 난 안 되는구나’ 하고 접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 누가 뒤에서 살짝 밀어주면 정말 큰 차이가 난다. ‘살짝’이라는 게 핵심이다.


요즘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 같은 GLP-1 주사들이 이슈다. ‘마법 주사’처럼 여기기도 하고, ‘절대 쓰면 안 되는 금단의 수단’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도구는 잘 쓰면 도움 되고, 못 쓰면 독이 됩니다.”


가끔은 정말 식욕 조절이 ‘의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뇌에서 포만감을 못 느끼고, 탄수화물 중독처럼 과식을 반복하게 되는 구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정말 의학적 판단 하에 정확한 용량으로, 일정 기간 동안 약의 도움을 받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야 배고프지 않은 느낌이 뭔지 알겠어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안 먹고 넘길 수 있었어요.”

하는 말을 들으면, 그 자체로 자기 효능감이 생기고

“나도 할 수 있구나.”

라는 자신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건 다이어트에서 정말 결정적인 전환점이다. 다만, 문제는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것.


약만으로 평생 유지할 수는 없다. 운동 없이, 근육량 신경 안 쓰고 그냥 ‘살만 빠지게’ 하면 결국 요요는 돌아온다. (나는 진심으로, 요요라는 단어가 사람 이름이었으면 고소했을 거다.) 약은 ‘기회‘다. 잘 활용하면 지칠 대로 지친 사람에게 다시 걸을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내 몫이다.


아침에 눈 떠서 5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하고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기고 ‘먹는 이유’를 배고픔인지 감정인지 구분해보고 걷고, 움직이고, 호흡하면서 몸을 조금씩 돌보는 그 과정. 그게 지속 가능한 변화의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다이어트 약? 써도 돼요. 대신 내 건강 책임질 각오로 함께 써요.”

“약은 길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그 길을 걷는 건 결국 나니까.”

“약을 탓하지 말고, 내 습관을 살펴보자.”

“당신의 ‘포기’ 앞에 잠깐 기대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


▶의사의 결론

도구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가 ‘건강한 다이어트’와 ‘망치는 다이어트’를 가른다. 나는 지금도 진료실에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쓸 수도 있다”고 말해준다. 그 대신 꼭 덧붙인다.


“이건 시작이에요. 이걸 계기로, 당신의 몸과 다시 친해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keyword
이전 14화엄마 루틴 하나 바꿨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