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루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집안 분위기가 뒤집혔다고 한다.

by 김보민

나는 예전엔 진짜, ‘운동은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어서 배부른 사람들이 하거나, 혹은 먹고 살기 위해서 운동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믿고 살았다.

내가 춤을 춘다니, 내가 케일을 먹는다니, 내가 땀 흘리는 걸 스스로 선택하다니...! 이 모든 게 ‘살 빼자’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됐다면, 지금은 조금 더 철학적인 차원으로 진화했다.

“내가 먼저 숨 쉬어야, 가족들한테 산소 마스크를 씌워줄 수 있더라.”


그 시작은, 케이 팝 댄스 수업 등록이었다. (저녁반 최고령, 만 45세, 내과의사, 애 셋 맘)

학원 등록 첫날, 선생님이 물었다.

“어떤 목표로 오셨어요?”

“소녀시대처럼 되고 싶어요.”

“...아, 그... 마음가짐이 좋으시네요...^^”


어설프게 시작한 그 시작이 내 일주일에 가장 신나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엄마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고 그냥 땀 흘리고 웃고, 몸부림치는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시간. 심지어 이제 아주 가끔은 정확하진 않아도 틀리지 않고 박자를 어느 정도 맞추는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런 변화들이 쌓이니까 식욕도 달라졌고, 기분도 달라지고 집중력도 달라졌다. 그리고 그건 온 가족의 생활 패턴까지 건드렸다.


▶ 아들 편

퇴근하고 단호박을 데워 먹던 날.

조용히 날 보던 아들이

내 그릇을 힐끔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거 설탕 안 넣은 거 맞아? 왜 이렇게 달고 맛있지?”

“우리 아드님의 혀가 드디어 자연을 받아들이고 있군요.”

“내가 아는 단호박이 아닌데... 혹시 여기 뭐 딴 거 넣었어?”

“그래, 사실 엄마의 사랑을 갈아서 뿌린 거야.”

“엄마, ㅎㅎㅎ... 먹기 싫어졌어.”

▶ 딸 편

어느 날 막내가

내가 케이 팝 연습 영상 찍은 걸 보더니

정색하고 물었다.

“엄마, 혹시 나중에 이거 인스타에 올릴 건 아니지?”

“당근 올릴 껀데?! 좋아요 꼭 눌러줘^^ .”

“...그럼 나 휴대폰 반납할게.”

하지만 막상 몰래 본 영상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엄마 귀엽네…” 하는 소리도 들렸다.

▶ 식탁 편

이전엔 떡볶이 + 라면 + 만두 + 김말이 튀김이 아이들이 환호하는 저녁 메뉴였다면, 이젠 귀찮아서 만든 오트밀 + 사과 + 땅콩버터 조합에도 “오, 이거 헬스 유튜버들이 먹는 거다” 하며 그럴듯하게 먹는다. 단, 아직도 치킨 시키면 분위기 최고조 되는 건 어쩔 수 없고, 눈꽃 치즈볼 등장 시 가족 전원이 기립 박수하는 것도 여전하다. (우린 인간이니까요. 탄수화물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 생활 루틴이 조금 바뀌자 신기하게도 내가 달라졌다는 걸 가족들이 제일 먼저 알아봤다. 애들이 “엄마는 이상하게 몇 년 전 지금 보다 젊었을 때 보다 지금이 더 나은 거 같아”라고 한다.


나를 잘 돌보는 일은 결국 우리 가족 모두를 이롭게 만든다. 내가 조금 더 웃게 되니 아이들도 집안에서 긴장하지 않고 웃는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대해주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신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엄마 루틴 하나 바꿨을 뿐인데, 가족의 분위기가 바뀌고 식탁이 바뀌고 우리 대화 주제가 바뀌었다. 그 변화의 시작이 운동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운동이 내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 이게 내가 요즘, 가장 많이 깨닫는 진짜 건강이다.


『“엄마가 먼저 숨 쉬어야, 가족도 숨 쉴 수 있다.”

“내 건강 루틴은, 아이에게 주는 가장 좋은 유산이다.”

“스트레스는 베스킨라빈스로, 삶은 케이팝 댄스로 풀 수 있다.”

“운동은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기술이었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루틴이, 행복까지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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